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대통령실로부터 ‘돌직구’를 맞고 다시 ‘잠행 모드’에 돌입했다.
나 전 의원은 18일 대전시당 신년인사회 참석 등 예정된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당권 주자나 다름없는 주목을 받으면서 연일 공개 일정을 소화해오다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전날 자신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및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된 게 대통령의 본의가 아닐 것이라고 주장한 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즉각 이를 반박하고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의 비난 성명도 잇따르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이 불참한 대전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 내부의 적을 경계해야 한다. 분열이 우리의 적”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나 전 의원이) 대통령에 대해서 큰 결례를 범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해임 결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지사와 홍준표 대구시장도 나 전 의원 비판에 가세했다. 김 지사는 페이스북에서 나 전 의원을 정조준해 “장(場)만 서면 얼굴 내미는 장돌뱅이냐”며 “장관급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직을 맡은 지 두세 달 만에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당대표로 출마하는 것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부부가 좋은 의미로 부창부수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출세 욕망으로 부창부수한다면 그건 참 곤란하다”고 적었다. 나 전 의원 남편인 김재호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대법관설’까지 묶어서 비판한 것이다.
사면초가 상황에 몰린 나 전 의원 측은 이날 ‘나경원 전 대표를 둘러싼 논쟁 팩트체크’라는 글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장관급이지만 직원 19명에 1년 예산은 20억원에 불과하고, 지난해 10월 대통령실에서 제안해 맡게 됐다는 내용이다. 본인이 먼저 요청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장관급 자리를 받아놓고도 당대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의 공격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나 전 의원 측은 ‘공직을 정치에 이용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나 전 의원은 민간기구 위원장의 기자간담회 발언을 문제 삼은 대통령 참모의 발언이 앞으로의 업무 수행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판단해 사의를 밝힌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