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서 한 프로그램이 800회를 맞이하는 일은 흔치 않다. 16년간 수요 예능 강자 자리를 지켜온 MBC ‘라디오스타’가 18일 대망의 800회를 맞았다. 2007년 첫 방송 후 1434명의 게스트가 ‘라디오스타’의 스튜디오를 거쳐 갔다. ‘스타 등용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이곳을 통해 스타 반열에 오른 이도 많았다.
라디오스타의 MC 김국진 김구라 유세윤 안영미와 연출을 맡은 이윤화 PD는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열린 8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소회를 밝혔다. 이 PD는 “오래전 조연출을 했던 방송에 연출로 오게 됐다. MC들의 면면도 더 깊어지고 달라졌다”고 운을 뗐다. 그는 “800회 특집 녹화를 할 때 게스트인 김준현씨가 우리 프로그램을 ‘족발집의 씨육수 같다’고 표현해줬다”며 “이제는 시청자도 ‘라디오스타’를 익숙하고 편안한 맛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나는 게스트라는 재료를 통해 새로움을 잘 끓여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국진과 김구라는 ‘라디오스타’의 정체성을 만들어온 주축이었다. 800회를 맞은 ‘라디오스타’에도 변화가 생길까. 김구라는 ‘음악토크쇼’로서 기존의 정체성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토크쇼라는 포맷이 이미 우리 정체성이죠. 갑자기 이슈가 있어서 궁금한 게스트를 모시고 우리 색깔로 이야기를 하는 형식에는 큰 변화가 없을 거예요.”
이미 ‘핫’해서 출연하는 게스트도 있지만 ‘라디오스타’로 한방에 확 뜨는 이들도 있었다. 후자인 경우로 김국진은 박나래를 가장 먼저 꼽았다. 그는 “‘라디오스타’로 박나래가 화제가 되고 결국 대상까지 받는 과정을 보면서 이 프로그램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초창기 ‘라디오스타’는 매운맛이었다. 독한 질문으로 게스트를 쩔쩔매게 했다. 이에 비하면 요즘은 ‘너무 순한 맛’이라는 말도 나온다. MC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안영미는 “장수의 비결이 그 순한 맛 덕분인 것 같기도 하다”며 “예전처럼 독하기만 하고 논란이 됐다면 지금 시대에는 장수하기 힘들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동안 위기의 순간도 몇 차례 있었다. MC 교체로 불안정한 시기를 겪거나 여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뺏길 때도 있었다. 갈수록 게스트와 진솔한 토크를 하기도 녹록지 않다. 이야기 흐름의 90%는 사전조사와 인터뷰 등으로 미리 얼개가 그려지지만 10%의 즉흥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입담을 보여줄 게스트를 찾기가 과거보다 어려워졌다. 시대적 흐름이 그랬다. 김구라는 “요즘은 10대 출연자가 와도 자기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는 안 한다. 토크쇼의 상황은 썩 좋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MC들과 제작진은 ‘라디오스타’를 오래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김국진은 “앞으로도 위기는 있겠지만 그것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그게 진짜 위기”라며 “우리답게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게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PD 역시 “이제 다른 채널에도 토크쇼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면서 “시청자가 우리 프로그램을 편안한 친구로 받아들이고 좋은 게스트가 많이 참여해준다면 앞으로도 오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