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검찰의 야권 수사가 불가피하게 정치보복 논란에 휩싸이는 것과 관련해 ‘최후의 보루’인 법원이 제 기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원이 무리한 수사에 제동 걸어야”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8일 “검찰의 무리한 권력 행사에 대해 제동을 걸어줄 수 있는 곳은 법원밖에 없다”면서 “정치보복 논란을 줄이기 위해선 결국 법원이 중심을 잡고 제 역할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법원의 강력한 독립성 확보를 위해 미국의 연방대법원처럼 대법관을 종신직으로 임명해 자신을 임명한 정권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는 방안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법부 내에 재판부의 판단을 감시·견제할 수 있는 조직이나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은 자체적으로 과거사위원회를 두고 인권침해나 권한남용 등에 대한 진상규명을 하는데, 법원에는 이런 내부 조직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검찰의 야권 수사와 관련해 ‘단골 메뉴’가 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법원이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서경대 교수인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은 “대법원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일관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에 따라 검사들의 기소 여부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치영역 좁혀” VS “권력남용 견제”
직권남용 혐의 적용에 대해선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국민일보는 지난해 12월 한 달간 법학 교수, 정치학 교수, 정치평론가·여론조사 전문가 등 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직권남용 혐의가 정치보복의 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교수·전문가 16명은 ‘매우 그렇다’고 답했고, ‘일부 사례에서 그런 측면도 있다’고 답한 사람은 24명이었다. 반면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답변은 10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설문조사 전에 진행된 사전 인터뷰에서 “통치의 영역이 끊임없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대통령이 임기 내내 회사원같이 주어진 최소한의 일만 하고 가는 이런 경향을 좋은 정치라고 부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외과 교수는 “직권남용 혐의의 적용 범위와 조건을 매우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만들어서 아무런 논란이 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처럼 가진 권력을 남용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곳에서는 경각심을 주는 측면에서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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