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의 지방청 관리 권한 모두 넘기라고 요청할 것”

입력 2023-01-19 04:04
이철우 경북지사가 18일 도청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중앙정부 관리 권한의 과감한 지방 이양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경북도 제공

“지방관청 성격이 강한 중소벤처기업청, 지방환경청, 고용노동청, 지방보훈청, 산림청 등의 관리 권한을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으로 모두 넘기라고 요청하겠습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1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정부가 가진 권한을 지방으로 넘기는 것이 지방자치의 시작”이라며 “제가 지방시대를 확실하게 열어가는 역할을 감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현재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이다.

이 지사는 현재 지방을 옥죄는 지방자치권이나 조직권 등 중앙에서 거머쥔 시행령 등을 전부 조례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경북도청 앞산의 소나무와 낙동강을 지방에서 직접 관리하지 못하고 중앙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이 불합리하며, 중앙정부가 통제하는 식이 아니라 지방이 알아서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내려놓는 것이 진정한 지방시대의 출발이라는 취지다.

이 지사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해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지방시대를 준비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학의 관할 권한을 지방에 이관해 줄 것을 요청했고, 외국인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면 그 부모를 초청해 노동력을 확보하는 ‘광역비자 발급권한’을 지방에서 행사할 수 있도록 제의해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이 지사는 “지방정부가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지역발전 사업을 수행할 여건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지방에도 수도권 같은 일자리, 주거, 교통, 문화, 의료, 교육 등 인프라를 확충할 균형발전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정운영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에 집중된 입법·재정·교육·조직의 권한을 지방에 부여하는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북도 제공

이 지사는 “대통령께서도 ‘지방시대의 핵심은 지방정부가 충분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지역 스스로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고, 중앙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경북도 역시 이러한 지방시대 철학을 이해하고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서 정부의 지방시대위원회 구성부터 진정한 지방자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선 8기 출범 때부터 경북도에 지방시대준비위원회를 만들어 지방시대의 표본이 될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이미 혁신적인 정책을 발굴해 중앙정부에 제시하기도 했다. 정부의 원자력 정책 복원과 발맞춰 동해안을 세계 최고 수준의 ‘청정에너지 산업벨트’로 만들기 위한 구상을 밝혔고 차등전기요금제, 광역비자제도 같은 구체적인 제도개선 과제도 국회와 함께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이 지사는 이를 위해 지방시대의 일자리·문화관광·교육·돌봄·외국인공동체 혁명으로 구성된 5가지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지방시대 일자리 혁명을 위한 농업대전환과 에너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와 같은 국가전략산업벨트의 지방 확장에 대한 추진 전략도 마련했다. 특히 농업대전환은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있는 경북 상주를 ‘국가 농업 테크노폴리스’로 만들고 경북 전역에서 소멸 위기의 농촌 마을을 ‘디지털 혁신농업타운’으로 만들어 청년이 모이는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키워 나가는 전략이다.

이 지사는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는 농업과 농촌의 희생이 있어 가능했다”며 “그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농업대전환으로 네덜란드 같은 선진국처럼 농업을 반도체에 버금가는 먹거리 산업으로, 농촌은 청년이 돌아오는 희망의 타운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화관광 혁명에는 ‘메타버스 수도 경북’ 실현을 통한 디지털 콘텐츠 산업 육성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를 통한 글로벌화, 호미반도 국가해양정원 지정을 통한 ‘동해안 국제관광벨트’ 구상도 담았다.

이 지사는 “지방정부 최초로 메타버스 정책관을 신설하고 138개의 기업, 22개의 대학과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신라왕경 메타버스 복원, 메타버스 산업단지 등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 데이터센터와 연구기관 설립 등을 위한 예산도 확보해 디지털 시대 주도권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육 혁명은 지방정부와 이공계 대학 간 연합체를 구성하고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인재 양성에 집중하며 대학을 벤처창업타운으로 만들어 지역 혁신성장의 허브로 재탄생시킨다는 구상이다.

돌봄 혁명에는 아이를 키워주는 나라, 전국 최초 외로움 대책을 통해 국민의 마음까지 돌보는 나라에 대한 구상을 포함해 지방에서도 대학병원급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공의료원 혁신 방안을 담았다. 그는 “올해부터 부모에게 돌봄급여를 제공하고 아픈아이긴급돌봄센터와 24시 시간제 보육시범사업도 추진해 국가가 책임지고 아이를 키워주는 나라의 모범을 경북이 보여주겠다”고 했다.

외국인공동체 혁명을 위해서는 다문화사회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하면서 외국인 광역비자제도 도입을 통해 문호를 개방하고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한국어 교육 확대, 외국인 대학 재학생에 대한 수준 높은 고등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소개했다.

이 지사는 대구경북신공항과 관련해선 국가기관을 공항 건설에 참여시켜 대표적인 지방시대 프로젝트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해 공항추진단을 공항추진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신공항 사업을 지방시대의 대표 프로젝트로 격상시키겠다”며 “공항으로 가는 길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고 주변을 국제도시로 만들어 성공할 수밖에 없는 공항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