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과 함께 엄습한 경제불황으로 물가 상승과 전기요금 인상이 이어지면서 교회마다 연료비 폭등으로 휘청이고 있다. 교회에 따라 가스·전기요금이 최근 들어 적게는 전월 대비 20~30%에서 많게는 300%까지 치솟은 교회도 있다. 중대형 교회에 비해 작은 교회들의 충격파가 큰 상황에서 연료비 절약 등 자구책을 마련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은 시간당 ㎾(킬로와트) 소비에 13.1원씩 인상됐지만 또다시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꿈틀거리는 가스요금도 상반기 중 인상이 예고돼 있어 교회들의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수원의 A교회는 지난해 연말 당회에서 연료비 지출 예산을 전년 대비 100% 늘렸다. 교회 담임인 B목사는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1월 400만원쯤이던 가스·전기요금이 12월에 1200만원이나 돼 연료비 예산 증액이 무색해졌다”면서 “코로나가 잦아들면서 교회 행사가 정상화됐고 성탄절 등 굵직한 행사가 많아 사용량이 많이 늘기도 했지만 연료비 자체가 올라 상상을 초월한 요금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연말 특수성이 반영됐다 하더라도 한 달 만에 가스·전기요금이 300%나 늘어난 셈이다.
서울 동대문구 C교회도 지난해 연말 당회에서 새해 연료비 예산을 30% 인상했지만 한 달 만에 추경을 검토하고 있다. 이 교회 담임목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계속 오르던 가스와 전기요금이 이렇게 한꺼번에 오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작은 교회는 더 힘들 수밖에 없다. 코로나 기간 경기도 용인에 개척한 D목사는 “몇 명 되지 않는 교인이 코로나 중 정성껏 헌금을 했고 모이질 못해 지출도 없어 적은 기금이 모였는데, 이를 연료비로 다 쓰게 생겼다”면서 “대형교회들이 이번 겨울 동안만이라도 작은교회 연료비 지원 등을 검토해 달라”고 호소했다.
기독교 환경단체들은 이 같은 상황이 ‘환경친화적 교회’로 전환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은 “에너지 요금 인상에 대한 대책은 결국 환경 파괴를 막고 최소 비용으로 아끼는 것 말고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면서 “교회는 기후 환경 보존을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교회의 대응은 발 빠르다. 스위스개혁교회를 비롯한 스위스의 개신교회와 가톨릭교회는 교회 온도를 낮추기 위한 공동 지침을 만들고 실천에 나서고 있다. 김명환 스위스 선교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스위스의 교회들은 예배드릴 때는 예배당 온도를 16~18도, 예배가 없을 때는 10~12도로 맞추고 있다”면서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춥지만 교인들이 솔선수범해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