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민주노총 본부와 산하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국정원은 경남 창원과 제주 등지의 진보단체 인사들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데, 압수수색은 이와 관련된 것이다. 민주노총 국장급 간부와 보건의료노조 관계자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민주노총은 수사관들에게 “윤석열의 개” “양아치” “아직도 국가보안법이냐”는 식의 폭언을 퍼부었다. 일부는 수사관들과 몸싸움을 벌였고, 이런 과정들은 민주노총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국정원은 일부 진보단체 인사들이 북한과 연계해 활동하며 노동계와 정치권 인사들까지 접촉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인사들은 “일상적인 통일 운동이며, 북한의 지령 주장은 날조”라고 반발하고 있다.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고, 명확한 실체는 수사 결과와 법정을 통해 가려지게 될 것이다.
민주노총 측은 “병력이 밀고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국정원과 경찰의 압수수색이 ‘노동계 탄압’과 ‘윤석열정부의 공안 몰이’의 일환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압수수색은 법원의 영장을 집행한 것이다. 정당한 법 집행을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실력 행사를 하는 것은 국민 정서와 거리가 멀다.
지난 17일에는 인천 지역의 스카이72 골프장이 물대포와 소화기 분말이 난무하는 전쟁터가 됐다.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법원이 골프장 부지 점유권 회복을 위한 강제집행에 나섰지만, 기존 운영사가 용역 수백명을 동원해 저지에 나섰다. 여기에 보수단체 회원 1000여명도 가세해 ‘강제집행 불법’ 등을 주장하며 혼란을 부추겼다. 대법원의 확정판결도 인정할 수 없다며 시위를 벌이고 물리력을 동원해 저항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조용한 주택가가 확성기와 시위로 몸살을 앓아도 경찰은 법 위반이 아니라며 방관하기 일쑤다. 공공기관과 지하철, 도로 등이 점거돼도 손을 쓰기 어렵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수사를 하고 판결을 내렸다는 이유로 검사와 판사 신상이 공개된다. 공권력은 조심스럽게 행사돼야 한다.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는 늘 비판의 대상이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아픈 기억도 남아 있다. 그런데 요즘은 공권력을 걱정하고 법이 지켜지고 있느냐고 우려하는 국민이 늘었다. 공권력에는 일단 저항하고 보자는 식의 ‘습관적 저항’이 당연시되는 행태는 극복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