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복음’은 단어가 주는 질감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 기독 신앙의 울타리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그 간격이 ‘세상’과 ‘복음’만큼 크게 느껴질 것이다. 합리성 평등 정의를 손에 들고 공명정대한 잣대로 사건과 사람을 대해야 하는 법률가의 가슴에 복음이 새겨져 있다면 어떨까.
책은 각종 미디어를 통한 조명과 저술 활동으로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크리스천 법률가 4인의 이야기를 호기심 보따리 풀어헤치듯 꺼내놓는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검사가 조강지처법이라 조롱받는 성매매방지법 제정을 꿋꿋이 추진한 이유, 사랑의 형법학 이념을 고수하며 희망이 핵심인 교정제도를 주창하는 로스쿨 교수,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심판대에서 헌법재판관이 붙든 성경 구절 등은 크리스천으로서 세상을 살아가야 할 지향점을 발견하게 한다.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롬 13:10) 네 사람은 공통적으로 법정에서 어려운 사건을 만나 고뇌하는 것이 ‘법’이라는 영역에서 살아가는 이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고충이라 말하지 않는다. 대신 매 순간 인생의 난관에 부딪히며 살아가는 인류 모두에게 주신 공평한 하나님의 섭리라고 역설한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