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 관련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17일 입국해 수원지검으로 압송됐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연관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전혀 모른다”며 선을 그었다.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서도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곧바로 김 전 회장의 피의자 신문에 돌입한 검찰은 18일쯤 450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 640만 달러 불법 대북송금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오전 8시24분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지난해 5월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해외로 도피한 지 8개월 만이다. 감색 재킷에 하늘색 셔츠 차림을 한 김 전 회장은 두 손이 묶인 채 검찰 수사관들에게 이끌려 수원지검행 호송차량에 올랐다. 그는 “저 때문에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상처를 받아 죄송스럽다”며 “검찰에 가서 잘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 측과 연락한 적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예”라고 짧게 답했다.
김 전 회장은 기내에서 체포되기 전 태국 현지 공항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인정한 적 없다”고 했고, 전환사채(CB) 발행·유통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도 “무슨 비자금을 만들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특히 “전화한 적 없고, 번호도 모른다”며 이 대표와의 관계 자체를 부정했다. 김 전 회장은 손에 소설책 ‘시골무사 이성계’를 들고 있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청사 15층 조사실에서 김 전 회장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벌였다. 체포 시한(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추가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