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이 ‘갈라치기’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를 얻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반면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을 향해서는 일전불사의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나 전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서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에 300억 달러, 한화로는 40조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며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UAE의 40조원 투자 결정은 정권교체와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이끌어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나 전 의원은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연일 발신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 해임을 결정했던 지난 13일에도 “대통령님의 뜻을 존중한다”며 “어느 자리에 있든 윤석열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16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만찬에 앞서 취재진이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의 ‘반윤(반윤석열) 우두머리’ 지적에 대해 묻자 나 전 의원은 “죽었다 깨어나도 반윤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자신을 견제하는 친윤계 의원들에 대해선 “그들끼리의 친윤, 배제하는 친윤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 경우 정치적으로 고립되고 당원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는 당원투표 100%로 치러져 ‘당심’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은 친윤계의 공세에 대해선 적극 맞받아치고 있다. 당권 주자 중 김기현 의원을 지지하는 친윤계 의원들이 자신에게 ‘반윤’ 낙인찍기를 시도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나 전 의원을 돕는 박종희 전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러 ‘진윤’ 의원들이 나서서 나 전 의원을 공격하고 있는데, 부작용이 오히려 더 크다”며 “대통령의 뜻을 곡해하고 있다고 보는 당원들이 많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도 했다.
김기현 의원은 보수성향 유튜브에 출연해 ‘당심 잡기’에 총력전을 펼쳤다. 김 의원은 “어대현(어차피 대표는 김기현)”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도 서울 강남갑·서초을·종로 당협 당원 간담회를 차례로 갖고 수도권 당심 공략에 나섰다. 김 의원과 안 의원은 오후엔 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부산 출신 5선 조경태 의원도 당대표 출마선언을 했다. 조 의원은 “개혁과 통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당대표 후보가 바로 조경태”라고 강조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당권 레이스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비대위 회의에서 “너무 날이 서 있는 느낌”이라며 “좀 차분하게 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