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의원들은 정치보복 논란의 원인과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해법에 대해서도 소속 정당에 따라 극명한 인식차를 드러냈다.
국민일보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여야 국회의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나서 여야 의원 170명의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취합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치보복 논란의 원인에 대해 전 정부와 야당의 책임을 지목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실과 검찰을 탓했다. 여야 의원들의 극단적으로 상반된 인식은 한국 정치에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보복 논란을 극복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으로 이어진다.
국민일보의 이번 설문조사에는 국민의힘 의원 67명, 민주당 의원 97명, 비교섭단체(정의당·시대전환·무소속) 의원 6명 등 모두 170명이 응했다.
“불법행위 수사” VS “정파적 정치전략”
국민일보는 여야 의원들에게 ‘한국에서 정치보복 논란이 반복되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을 던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응답의원들의 55.2%는 ‘전 정부의 불법행위로 인해, 불가피하게 할 수밖에 없는 수사’라고 답했다. 반면 민주당 응답의원들 중 78.4%는 ‘전 정부에 대한 수사를 통해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는 정파적 정치전략’이라는 답변을 선택했다. 현재 검찰이 진행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수사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치 상황이 여야 의원들의 의식에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두 번째로 많이 꼽힌 응답에서도 여야 의원들의 인식차는 뚜렷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당한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몰아세우는 정치적 술수’(43.3%)를 차선으로 택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검찰의 과도한 권한 및 무리한 수사’(75.3%)라는 응답이 ‘2위 대답’이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여야가 상대방을 협치의 대상이 아닌, 적으로 규정하는 문화’라는 답변이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서 각각 세 번째로 높은 선택을 받았다는 점이다.
“개헌해야” VS “검찰 규제해야”
‘정치보복 논란의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 대해서도 여야의 인식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 응답의원들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은 ‘대통령실’(83.5%)과 ‘검찰’(81.4%)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를 선택한 국민의힘 의원은 10%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 국민의힘 응답의원들은 ‘여야 정당’(55.2%)과 ‘전 정권’(35.8%), ‘언론’(23.9%)을 정치보복 논란에 대한 책임이 있는 집단이라고 꼽았다.
‘한국에서 정치보복 논란을 끊어내기 위한 근본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 대해서도 여야의 처방은 달랐다.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이원집정부제·내각제 등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을 꼽은 비율(46.3%)이 가장 높았다. 특히 국민의힘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은 응답이 '정치보복 논란을 끊는 것은 불가능하다'(19.4%)는 것이었다는 점은 여러 시사점을 던졌다.
현재 정치구조하에서는 정치보복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무력함과 상대방에 대한 불신이 동시에 표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의힘 응답의원들의 14.9%는 정치보복 논란 해법으로 '전 정부 수사에 대한 여야·학계·법조계·시민단체 등의 사회적 합의 도출'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 개혁을 가장 우선순위로 꼽았다. 민주당 응답의원들의 69.1%는 정치보복 논란을 끊어내기 위한 대책으로 '검찰 수사·기소권에 대한 법적 규제 강화'를 선택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두 번째로 많이 선택한 대책은 개헌(68.0%)이었다. '검찰 규제 강화'(69.1%)와 1.1% 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아 민주당 내에서도 정치보복 해법으로 개헌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 응답의원들의 17.5%는 '검찰 권한 남용을 제어할 수 있는 법원의 역할 강화'를 해법으로 꼽았다.
"사법부에 승복해야" VS "수사권·기소권, 분리해야"
여야 의원들은 '전 정부나 야권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경우 정치보복 논쟁을 피하기 위한 선결조치는 무엇인지'를 묻는 항목(복수 응답 가능)에 대해서도 상이한 답변을 내놨다.
국민의힘에서는 '최종적인 판단을 사법부에 위임하고, 그 판단에 정치권이 승복하는 문화'(83.6%)가 압도적으로 높은 선택을 받았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59.8%)와 '정치적 논란이 큰 사안은 여야 합의에 따른 특검 방식 채용'(58.8%)이라는 답변이 1위와 2위를 각각 차지했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지적한 문제도 있었다. 바로 언론 문제였다. 국민의힘 응답의원들 중 26.9%는 정치보복 논란을 피하기 위한 선결조치로 '언론을 통한 의혹 부풀리기 최소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꼽았다. 민주당에서도 언론 문제를 지적한 비율은 26.8%로 조사됐다.
정당팀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