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은 정치보복을 해놓고, 지금은 내로남불을 외치고 있다.”(국민의힘 A의원)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안 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B의원)
국민일보는 설문조사에 응한 여야 국회의원 170명에게 ‘정치보복 논란이 악순환되는 현상과 관련해 가장 책임 있는 집단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을 던졌다.
국민의힘 응답의원들은 정치보복 논란 악순환에 책임이 큰 집단으로 ‘여야 정당’(55.2%)과 ‘전 정권’(35.8%)을 꼽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특히 문재인정부 당시 강도 높게 진행됐던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반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치보복 논란 악순환에 책임이 가장 큰 집단으로 ‘대통령실(과거 청와대 포함)’(83.5%)과 ‘검찰’(81.4%)을 지목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정부 인사들을 겨냥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권력이 개입된 표적수사’라는 인식을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국민일보는 여야 의원들에게 정치보복 논란 악순환과 관련해 가장 책임 있는 집단을 객관식으로 물은 뒤, 의원들이 그렇게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서술형으로 의견을 청취했다. 국민의힘 의원 67명, 민주당 의원 97명 등 모두 170명의 여야 의원들이 국민일보 설문조사에 응했다.
“정당한 수사에 정치보복 프레임”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국 정치에서 정치보복 논란이 반복되는 것과 관련해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정치보복 논란의 책임 집단으로 ‘전 정권’과 ‘대통령실(과거 청와대 포함)’을 선택한 한 국민의힘 의원은 “전 정권이 정치보복을 적폐 수사로 둔갑시켰던 죄를 이제야 받는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답변을 선택한 다른 국민의힘 의원도 “자기들이 집권할 때는 적폐청산을 외치다가 지금은 내로남불을 외치고 있다”면서 “음모론이나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에 의존하는 정치 현상을 초래한 장본인은 바로 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또 “전 정권의 불법행위가 원인” “사필귀정” “죄지은 자의 피해자 코스프레” “범죄행위를 저지른 사람이 정치보복이라는 말을 꺼내는 게 맞는가” 등의 격정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국민의힘 응답의원들 중 21.4%는 민주당의 ‘정치보복’ 주장과 관련해 ‘여권 공격을 위한 수단’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한 국민의힘 응답의원은 “민주당 세력의 부정·비리·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를 민주당이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덧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보복 논란의 책임 집단으로 ‘여야 정당’과 ‘언론’을 꼽은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과 언론이 정치보복 프레임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응답의원들은 또 “검찰과 사법부의 정당한 수사와 합리적 법적 판단을 정치보복이라 할 수 없다” “개인의 잘못에 대한 정당한 수사에 정치보복 프레임을 씌운다”는 답변들을 내놓았다.
“검찰 출신 대통령이 정치보복 주도”
민주당 응답의원들의 10명 중 8명은 정치보복 논란 악순환에 책임이 가장 큰 집단으로 대통령실(과거 청와대 포함)과 검찰을 동시에 꼽았다. 민주당 한 응답의원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수사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하명수사”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응답의원들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 검찰 수사의 배후에 있고, 대통령과 검찰이 검찰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취지로 대답한 의원이 전체의 절반 이상(58.8%)으로 집계됐다. 한 민주당 응답의원은 “검찰 출신 대통령과 무소불위의 검찰이 정치보복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또 야당 대표 및 문재인정부 인사에 대한 수사가 여권 인사에 대한 수사와 비교할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인식(17.6%)도 드러냈다. ‘검찰’을 정치보복 논란의 주체로 지목한 한 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해 선택적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제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대답을 선택한 다른 민주당 의원은 “검찰 수사에 있어 공정성과 형평성·객관성이 부족하다”면서 김건희 (여사)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응답의원들은 또 ‘국민 여론이 분열될 가능성을 감안해 수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외에도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검찰총장 수준으로 하고 있다” “제왕적 검찰정부의 폐해다” 등 윤 대통령과 검찰을 향한 감정 섞인 답변을 쏟아냈다.
여야 의원들의 극명한 인식차와 관련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15일 “여야 모두 집권해본 경험이 있고, 또 정치보복이 어떻게 이뤄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이어 “이번 설문조사가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를 그대로 나타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설문조사에 자문해 주신 분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가나다순)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가나다순)
정당팀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