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유방암, 전이 없으면 림프절 수술 안해도 괜찮아”

입력 2023-01-17 04:06

과거 유방암을 진단받은 상당수 환자에게 유방 부위 수술과 함께 겨드랑이 림프절의 상당 부분을 제거하는 ‘림프절 곽청술’을 시행해 왔다. 유방암 수술 후 팔·다리가 퉁퉁 붓는 합병증(림프부종)은 환자들이 감내해야 할 또 다른 고통이었다.

2010년 이후에는 겨드랑이 림프절에 1~2개의 암 전이가 발견되더라도 림프절 곽청술을 하지 않고 작은 절개창으로 1~3개 정도의 림프절 조직검사를 통해 전이 여부를 판별하는 ‘감시 림프절 생검술’을 시행하는 것이 표준치료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감시 림프절 생검술도 수술 상처 감염, 장액종(빈 공간에 물이 차는 증상), 출혈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며 수술을 위해선 겨드랑이에 추가적인 절개가 필요해 환자 입장에선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70세 이상 유방암 환자 중 임상적으로 전이가 의심되지 않는 이들의 경우 겨드랑이 림프절 수술을 안 해도 시행한 환자와 생존율에 차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양대병원 외과 차치환 교수팀은 최신 유럽종양외과저널에 이런 내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차 교수팀은 한국유방암학회 빅데이터를 이용해 2005~2014년 70세 이상 유방암 수술 환자 3000여명의 겨드랑이 림프절 수술에 따른 생존율을 분석했다. 진단 당시 임상적으로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가 의심되지 않는 708명을 겨드랑이 림프절 수술(림프절 곽청술 및 감시 림프절 생검술)을 시행한 그룹(531명)과 시행하지 않은 그룹(177명)으로 나눠 비교한 결과 두 그룹간 생존율에 통계적 차이점이 없음을 확인했다. 겨드랑이 림프절 수술을 시행하지 않은 유방암 환자의 5년 후 사망률도 3.3%로 매우 낮았다.

차 교수는 16일 “고령의 유방암 환자 중 일부에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겨드랑이 수술 자체를 생략하는 맞춤형 수술 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 임상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