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3.25%에서 3.50%로 0.25% 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다. 아직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긴축 기조를 더 연장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출금리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며 영끌족을 중심으로 나오는 불만의 목소리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로 0.25% 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4월부터 일곱 차례 연속 인상한 것이다. 금통위는 “물가 오름세가 여전히 높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돼 물가 안정을 위해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린 이유는 아직 불안한 인플레이션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자체는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뒤 하향 추세지만 5월 이후 8개월째 5%대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신년사에서 “올해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겠다”고 예고했다.
22년 만에 사상 최고 수준으로 벌어진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도 무시할 수 없다. 이날 인상 전까지 미국(4.25~4.50%)과의 금리차는 1.25%였다. 2000년 10월 1.50% 포인트 격차 이후 최고치다. 높은 금리차는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국내 시장에 투자할 유인을 떨어뜨려 외국인 자금 이탈을 가속화시킨다.
문제는 다음 금통위다. 이날 한은이 최소 0.25% 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 대부분 이견이 없었지만 한은이 이 이상으로 올릴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부동산 영끌족 등의 이자 부담을 우려하는 이들은 한은이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상하지 않고 경제상황을 주시할 것으로 내다본다.
반면 한·미 금리차가 1.0% 포인트 이상인 상황에서 우리만 금리를 동결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월가에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최종 금리를 5%대 중반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3.75%까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