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보안·자료 즉시 삭제”… 군·국정원 은폐 ‘밤샘 작전’

입력 2023-01-13 04:06
사진=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이튿날 새벽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에서 사건 은폐를 위한 ‘밤샘 작전’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12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소장을 보면 2020년 9월 22일 오후 11시20분쯤 이씨 사망 사실을 보고받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다음날 새벽 1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회의를 주재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은 “피격 및 시신 소각 사실에 관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고, 일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회의 직후 서 전 장관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 작전부장에 전화를 걸어 “최고 수준의 작전 보안을 유지할 것”과 “사건 관련 첩보·보고서 등 모든 자료를 삭제하고 출력물이 있을 경우 즉시 세절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작전부장과 예하 지휘관들은 새벽 내내 “서해 관련 사항은 모두 삭제하라”며 지시 사항을 관련 부대 및 기관에 전달했다. 검찰은 18개 부대의 첩보 보고서 5417건과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 첩보 보고서 75건, 첩보 원음 파일 60여건이 삭제됐다고 판단했다.

같은 날 국정원에서도 이씨 사건 첩보 보고서가 지워진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원장은 23일 새벽 회의 종료 후 노은채 당시 국정원 비서실장에게 “수집한 첩보 및 관련 자료를 즉시 삭제하라”고 했다. 노 전 실장은 당일 오전 9시30분 국정원 2·3차장, 기획조정실장 등에게 ‘원장님 지시사항’으로 이를 하달했다. 이에 따라 첩보 및 분석 보고서 등 55건이 삭제된 것으로 조사됐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