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이튿날 새벽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에서 사건 은폐를 위한 ‘밤샘 작전’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12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소장을 보면 2020년 9월 22일 오후 11시20분쯤 이씨 사망 사실을 보고받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다음날 새벽 1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회의를 주재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은 “피격 및 시신 소각 사실에 관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고, 일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회의 직후 서 전 장관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 작전부장에 전화를 걸어 “최고 수준의 작전 보안을 유지할 것”과 “사건 관련 첩보·보고서 등 모든 자료를 삭제하고 출력물이 있을 경우 즉시 세절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작전부장과 예하 지휘관들은 새벽 내내 “서해 관련 사항은 모두 삭제하라”며 지시 사항을 관련 부대 및 기관에 전달했다. 검찰은 18개 부대의 첩보 보고서 5417건과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 첩보 보고서 75건, 첩보 원음 파일 60여건이 삭제됐다고 판단했다.
같은 날 국정원에서도 이씨 사건 첩보 보고서가 지워진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원장은 23일 새벽 회의 종료 후 노은채 당시 국정원 비서실장에게 “수집한 첩보 및 관련 자료를 즉시 삭제하라”고 했다. 노 전 실장은 당일 오전 9시30분 국정원 2·3차장, 기획조정실장 등에게 ‘원장님 지시사항’으로 이를 하달했다. 이에 따라 첩보 및 분석 보고서 등 55건이 삭제된 것으로 조사됐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