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할인 폭을 10%내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가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다. 청구인 측은 “할인 제한으로 소비자 후생이 제한된다”고 주장한 반면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도서 다양성 보장으로 달성되는 공익의 중요성을 내세웠다. 도서정가제는 대통령실이 첫 국민제안 토론 주제로 선정할 만큼 찬반이 뜨거운 제도다. 헌법재판관들은 도서정가제가 웹소설·웹툰 등에 차등 적용될 필요가 있는지, 도서정가제가 보호하는 주체는 무엇인지 등을 질문했다.
헌재는 12일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 4항과 5항에 대한 헌법소원 공개변론을 열었다. 해당 조항은 책을 정가의 10% 이상 할인해 판매할 수 없고, 마일리지 등도 5% 이내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웹소설 작가이자 전자책을 판매하는 출판사를 운영 중인 A씨는 도서정가제로 직업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헌법소원을 냈다. A씨 측은 도서정가제의 일률적인 할인 제한을 문제 삼았다. 출판·유통구조가 다른 웹소설·웹툰과 종이책, 독자의 수요가 다른 신간과 구간을 구분하지 않은 채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는 취지다. 음악 등 다른 예술작품에는 없는 가격 할인 규제를 책에만 두는 건 차별적이란 주장도 폈다. A씨 대리인은 “입법부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수 있도록 도서정가제 조항에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문체부 측은 출판시장의 특수성을 내세웠다. 가격 할인 위주의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영화·음반 시장과 출판시장을 같이 취급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전자책을 도서정가제 적용 예외로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종이책과 전자책을 같이 내는 경우 등이 있어 제도 잠탈(교묘히 빠져나감)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도서정가제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양측은 다른 견해를 내놨다. 청구인 측은 “현재는 시장균형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시중에 도서가 유통되고 있다”면서 “(가격적으로) 소비자 후생이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반면 문체부 측은 “소비자 편익 감소를 단순히 가격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며 “도서정가제는 단순히 출판업체의 이익을 위한 게 아니라 문화 다양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짚었다.
유남석 헌재소장은 “웹소설, 웹툰의 경우에는 도서정가제로 이루려는 입법목적을 무엇으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을 내놨다. 문체부 측 대리인은 “작가에 대한 최소 이윤 보장이나 다양한 작품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있다”고 답변했다. 청구인 측은 “웹소설, 웹툰의 경쟁자는 드라마나 OTT서비스”라며 “수요에 따라 가격을 즉각 반영할 수 있어야 밀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