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관계자는 12일 “현재 은행 노조가 가진 강력한 협상 카드는 영업시간 정상화 관련 합의”라며 “이미 임단협이 타결된 은행은 물론이고 아직 협상을 진행 중인 은행들도 이 점을 지렛대 삼아 더 많은 성과급 등을 얻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2020년부터 단계적 영업시간 단축에 나섰다. 2021년 7월부터 전국 단위로 시행했던 영업시간 단축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영업시간 단축이 장기간 지속된 것을 놓고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대출받으려면 연차를 써야 한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영업시간 정상화 논의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노사 양측 동의 하에 단축 여부를 결정하도록 각 은행과 노조가 합의했기 때문이다. 은행은 노조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영업시간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영업시간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사측 맘대로 정상화를 강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 은행 노조는 영업시간 정상화를 임단협 협상 카드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임단협 결과를 보면 KB국민은행은 성과급 280%에 특별격려금 340만원, 신한은행은 성과급 361%에 중식대 증액 등을 얻어냈다. NH농협은행도 성과급이 400%에 달한다. 국민은행은 2021년 특별격려금이 아예 없었고 신한은행과 농협은행 성과급은 각각 300%, 350%에 그쳤다. 영업시간 정상화에 따른 불만을 담보로 유리한 협상이 진행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임단협이 마무리된 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은행 내부에선 영업시간 정상화에 대한 직원 불만이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부에서 보면 영업시간을 원래대로 복구하는 게 정상화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2년간 유지됐던 근로 환경을 개악시키는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 때문에 직원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노조로서는 영업시간을 되돌리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