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슈퍼 근원물가

입력 2023-01-13 04:10

근원물가(core inflation)는 소비자물가에서 식료품과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을 뺀 물가다. 중앙은행이 중장기 물가관리 목표로 삼아 통화정책을 운용하기 위한 것이다. 식료품은 계절적 변수에다 기후적인 요소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에너지 가격은 일시적 사건에 따라 들쭉날쭉해 큰 흐름을 읽을 수 없으므로 제외 대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요즘 일부 미국 증시 투자자 사이에선 서비스 분야 근원물가가 더 핵심이라는 뜻에서 core에 super라는 형용사까지 붙인 ‘슈퍼 근원물가(super core inflation)’가 주요 관심거리다. 전체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10월 5.11%에서 11월 3.58%로 크게 떨어졌지만 더 이상 신뢰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품 근원물가가 글로벌 공급망의 상당한 회복 덕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기준으로 지난 3개월간 5.02%에서 -1.93%로 크게 하락한 건 사실이지만 주택가격을 제외한 서비스 근원물가 상승률은 4.73%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고용시장 호조세와 인건비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한 금리 인상 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서비스물가는 많은 부문에서 인건비가 영향을 미치는데, 최근 주식시장이 안도 랠리를 이어가는 것도 12월 임금상승률이 둔화한 데 기인한다.

일각에선 연준이 금리 목표를 지나치게 고용시장에만 연동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각종 고용 선행지표들이 견조한 상황에서 이달 초 발표된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39)가 2020년 저점 수준을 기록하는 등 물가 하락 신호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여년간 고용과 물가의 관계를 나타내는 필립스 곡선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도 아직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금리 인상 시기를 놓치자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과속 행보를 보인 연준이 이번엔 금리 정상화 기회까지 잃어 세계 경제에 연거푸 민폐를 끼치지나 않을까 걱정되는 이유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