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마음을 접을 뻔했다. 올해는 특허 한 건을 꼭 내려는 나의 새해 목표 이야기다. 요새 유행하는 인공지능(AI) 채팅 알고리즘을 한 검색 서비스에서 활용한다는 걸 알게 됐다. 들어가 며칠째 고민 중인 발명 아이디어에 대해 물어봤다. 청천벽력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 검색 서비스에 따르면 내 발명은 이미 남들이 다 출원한 것이고, 유사한 발명도 우르르 쏟아져 나와 있다고 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지만, 그래도 내 아이디어는 누적 십수년 치 검색 능력으로도 도무지 찾지 못한 꽤 산뜻한 내용이었다. 그걸 AI가 단박에 반박했다. 내심 화가 난 나는 어떤 문서인지 보려고 AI로부터 등록번호와 정보를 받아 찾기 시작했다. 모두 거짓말이었다. 없는 내용을 이 녀석, 그러니까 AI가 만들어 낸 것이었다.
AI 언어 모델이 그럴싸하게 말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 건 익히 겪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구글 같은 검색 엔진의 모양새를 한 프로덕트 안에서는 나도 깜빡 속고 말았다. 테스트를 위한 공간이나 채팅 창에서 이야기를 할 땐 어쩐지 한 번이라도 더 의심하고 탐색해 보게 된다. 하지만 경험을 하는 장소가 검색 창이니 인식이 달라졌다. 기존 데이터베이스에서 잘 찾아 알려주는 것이겠지 싶었던 거다. 이래서 포장지가 중요하구나, 똑같은 거짓말을 해도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달리 속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기계든 사람이든 말하는 주체를 둘러싼 환경에 따라 거짓말도 진실로 포장할 수 있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는 추천 알고리즘이 전문가의 말에 더욱 힘을 싣는다. 권위를 가진 이의 말에 기계도 속을 수 있다. AI는 그에 덧대 새로운 거짓말도 날릴 수 있다. 그런 신선한 거짓말이 나의 소중한 발명 의지를 꺾을 뻔했다. 이 연결고리를 끊어내려면 어느 한 점이라도 잡아 다듬어야 한다. AI 쪽을 교정하거나 사람을 고치는 건 빠르게 이뤄지기는 어려울 거다. 꺾이지 않는 마음을 지닌 우리가 각성하고 대안을 찾을 수밖에.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