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국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신흥국 가운데 하나다. 인구가 1억명 가까이 되는 데다 평균 연령이 32.5세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인해 세계 주요 국가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도 베트남은 그런 흐름과 달리 성장 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세계은행이 최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1.7%로 낮춰 잡았지만 베트남은 올해 자국 경제성장률 목표를 6.5%로 제시했다. 지난해 8%대 성장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놀라울 정도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다.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이고 4대 교역국이자 3위 투자대상국이다. 베트남에도 한국은 1위 투자국이고 3대 교역국일 정도로 자국 고도성장에 큰 기여를 한 국가다. 1960~70년대 베트남전에서 총부리를 겨눈 악연에도 1992년 국교 정상화 후 지난 30년간 협력 관계를 확대하며 윈·윈을 도모해 온 결과다. 상대국 거주 교민이나 상호 방문 관광객 규모, 국제결혼자 수 등에서도 최상위권일 정도로 양국은 인적 교류도 활발하다.
최근 몇 년간 양국의 우호 증진 과정에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박 감독은 2017년 10월 취임한 후 아시안게임 첫 4강, 10년 만의 스즈키컵 우승, 아시안컵 첫 8강, 동남아시안게임 2회 연속 우승, 월드컵 첫 최종 예선 진출 및 첫 승 등을 선물해 베트남인들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았다. 박 감독으로 인해 베트남에서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이 확산됐고 한국인들도 베트남 축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화답했다.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온 박 감독이 이달 말 계약 만료를 앞두고 고별전을 치른다. 동남아시아축구연맹 미쓰비시컵(이전 스즈키컵) 태국과의 결승전 2경기가 고별 무대로 13일 1차전, 16일 2차전이 홈앤어웨이 방식으로 열린다. 박 감독이 베트남 축구와의 5년 동행을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라동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