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구글 등 빅테크 기업과 유럽연합(EU) 내 이동통신사에 투자계획,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계획 등을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EC에서 망 사용료 관련 입법을 앞두고 양쪽 입장을 청취하기 위한 조치다. 약 12주간에 걸쳐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EC는 빅테크와 통신사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파악할 예정이다. 한국 호주 등 외국의 망 사용료 문제에 따른 규제당국 반응 등의 정보도 요청할 계획이다. EC는 파악된 내용을 바탕으로 회원국들과 논의를 거쳐 법제화 절차를 밟게 된다.
망 사용료를 둘러싼 통신사와 빅테크 입장은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다. 도이체텔레콤 등 EU 통신사들은 망 사용료가 망 사용에 따른 공정한 분담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유럽에서 가장 큰 콘텐츠 제공업체 6곳이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빅테크들은 망 사용료가 인터넷 트래픽에 대한 세금이라면서, EU에서 유지해온 ‘망 중립성’ 기조에 어긋난다고 반발한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내용·유형·기기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망 사용료를 부과할 경우 트래픽 제한, 전송 속도 차등 등의 차별이 생길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EC는 지난해 빅테크들을 대상으로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은 서둘러 망 사용료 부과 관련 법을 제정해달라고 EC에 촉구하기도 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