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 본당. 실내가 순간 암전된 뒤 대형 스크린에 미국 워싱턴DC 알링턴국립묘지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추모의 벽’의 모습이 비쳤다. 지난해 7월 완공된 추모의 벽에는 6·25전쟁 중 전사한 3만6000여명의 미군과 카투사 7200여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새에덴교회가 제작한 한국전 정전 70주년 기념 특집 다큐멘터리 ‘워싱턴에 새겨진 한국전쟁의 별’의 도입부다. 내레이션을 한 아나운서는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한 영웅들의 이야기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며 관심을 호소했다.
이날 교회는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올 한 해 진행하는 각종 추모행사의 첫 시작을 다큐멘터리 시사회로 알렸다. 시사회에는 교인과 취재진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영상에는 미군 공수여단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마이클 웨버 대령의 집을 방문한 소강석 목사의 모습이 나왔다. 은성무공훈장을 받은 웨버 대령은 인천상륙작전 이후 경기도 양평의 ‘지평리전투’ 중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었다. 그의 나이 25세 때의 일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팔다리를 잃었다고 해서 나는 무너지지도 않았고 한국을 원망하지도 않았다”면서 “한국인들의 자유를 지키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팔다리를 잃은 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히 소회를 전했다. 그는 이 영상에 출연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4월 9일 별세했다.
시사회의 감동은 같은 날 오후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내 중앙보훈교회(김경수 목사)에서 진행된 ‘참전용사·국가유공자 위문 예배’로 이어졌다. 예배에는 6·25전쟁에 참전했던 김석규(98)옹이 참석했다.
‘보은과 보훈’ 제하의 설교를 한 소 목사는 “사람은 은혜를 잊지 않아야 하는데 이는 신앙적으로도 마찬가지”라면서 “보은의 정신과 보훈의 의식을 높이는 일은 국격을 세우는 일로 진정한 애국운동과 같다”고 밝혔다. 소 목사는 “중앙보훈병원에 입원해 계시거나 통원치료 받는 한국전·베트남전 참전용사들께 하나님의 은혜가 가득하길 기도한다”고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설교를 마친 뒤 소 목사는 김석규옹에게 큰절을 하며 감사를 표했다.
새에덴교회는 2007년부터 국내외에 거주하는 6·25전쟁 참전용사를 초청해 위로하고 있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2021년에는 온라인 위로행사로 대체하며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를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있다. 교회는 추모의 벽 건립을 위해서도 재정 후원을 했다.
올해 새에덴교회는 제17회 참전용사 국내 초청 행사를 오는 6월 개최할 예정이며, 미국 텍사스주의 참전용사공원에 세워질 기념비 준공식에 맞춰 미국 현지에서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도 진행한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