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수사를 담당한 형사3부에서 12시간 가량 조사받고 오후 10시40분쯤 조사실을 나왔다.
현직 제1야당 대표에 대한 대면 조사인 만큼 성남지청은 이창수 지청장 주재의 티타임을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거절하고 바로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에선 유민종 형사3부장검사가 피의자 신문을 맡았고 이 대표 측에선 광주고검장 출신 박균택 변호사가 입회했다. 청사 안에서 설렁탕으로 점심을 해결한 이 대표는 저녁 식사는 거른 채 오후 7시쯤부터 조서 열람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에 대한 제3자 뇌물죄 적용 법리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내용의 A4 6장 분량 진술서를 제시했으며, 일부 질의에는 서면으로 갈음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민주당 측은 “이 대표는 진술 거부를 하지 않았으며, 진술서를 바탕으로 조사에 응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적용된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다른 사람·법인을 내세워 경제적 이득을 얻게 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4~2018년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을 이용해 두산건설 등 관내 6개 기업의 부지 용도변경·인허가 현안을 해결해 주는 대가로 제3자인 성남FC에 160억원의 금전을 제공하도록 했다는 것이 검찰이 보는 범행의 구조다.
이 대표 측은 시민구단 성남FC에 기업 후원을 유치해 시민 세금을 아낀 일은 뇌물죄가 될 수 없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조사실로 들어가며 “성남시 소유이자 세금으로 운영되는 성남FC를 어떻게 사유화할 수 있다는 것인가”라는 언급도 했다.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 당시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후원한 뒤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것을 제3자 뇌물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과는 결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반면 검찰은 이 대표가 인허가 행정권을 무기로 현안이 있는 대기업의 청탁을 들어주면서 대가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꾀한 사건이라고 본다. 검찰은 앞서 두산건설 전 대표 및 성남시 전 공무원을 제3자 뇌물죄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대표가 2014년 11월 ‘성남FC가 용도변경 등의 대가로 기부금품을 받는 건 적법하지 않다’는 성남시 보고를 받았다고 적시했다. 이 대표가 이를 알면서도 ‘최대한의 이익’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검찰은 이 대표 진술 내용 등을 종합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영장이 청구되더라도 현직 국회의원인 이 대표는 법원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먼저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를 거치게 된다. 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가결 가능성은 낮다. 다만 검찰은 신병 확보 가능성과 별개로 영장 청구 여부를 따져볼 계획이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성남지청 주변에선 이 대표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사이에 고성과 시위가 온종일 이어졌다.
성남=신지호 기자, 양민철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