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0일 이태원 참사 수사와 관련해 경찰청 내부망 서버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참사 전후 경찰 내부에서 오고 간 지시와 대화 내역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보강 수사’ 차원이라는 게 검찰 설명이지만, 결국 칼끝이 경찰 지휘부를 겨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10개 장소에서 동시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송치돼있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와 관련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추가 입건보다는 보완 수사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이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보완 수사를 요구하지 않고, 직접 압수수색에 나선 것을 두고 윗선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이 이날 압수수색한 장소 대부분은 이미 특수본이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검찰은 경찰과 구청 관계자들의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은 증거인멸 혐의가 드러난 공공안녕정보외사부, 용산경찰서는 정보과와 생활안전과 등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참사 전후 업무 내역과 내부 지시 내역 등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경찰청 정보화기반과도 포함됐다. 이곳은 경찰청 내부망 서버를 관리하는 곳이다. 검찰은 이태원 참사 전후로 경찰 내부 메신저에서 오고 간 대화를 분석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이 전 서장과 박 구청장 등 구속 상태인 피의자들에 대한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해 남부구치소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한편 핼러윈 군중 밀집 우려가 담긴 정보보고서를 삭제 및 은폐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의 공소장도 이날 공개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전 부장은 이태원 참사 직후 정보 관계자들에게 “경력배치 미흡으로 흐를 경우 (대통령실) 용산 이전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크다”는 내용이 담긴 대응방안을 단체 채팅방에서 공유했다. 또 김 전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라”며 관련 정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과장은 지난 11월 2일 특수본이 정보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당시에도 수사관들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직원에게 보고서 삭제를 재차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오는 13일 이태원 참사 원인과 책임 소재 관련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김판 양한주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