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가 소속 교수노조의 임금을 3% 인상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중재안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교수노조가 합법 노조로 인정된 후 진행되는 첫 행정소송이다. “재원을 등록금으로 마련해야 해 학생 수업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대학 입장과 “중재안 이행은 강제사항”이라는 교수노조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1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홍익대 측은 서울행정법원에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대상으로 중재재정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해 1심이 진행 중이다. 오는 3월 9일 2차 공판이 예정돼 있다.
앞서 2020년 6월 교수노조가 합법화되면서 각 대학 교수노조들은 대학본부와 임단협을 진행해 왔다. 홍익대 교수노조도 같은 해 12월 교섭을 시작했는데, 1년여의 교섭이 끝내 결렬되며 중노위에서 조정 절차를 밟았다. 중노위는 지난해 5월 ‘임금 3% 인상’을 골자로 하는 중재안을 내놨다.
일반 노조와 달리 교수노조의 경우 사용자 측인 대학이 중재안을 거부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교원노조법에서 교수의 파업 등 단체행동을 금지하고 있어 대학이 중재안을 거부하면 대응할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익대는 “중노위는 임금 인상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학교 측이 임금 인상을 거부하는 이유는 재원 때문이다. 임금은 결국 등록금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을 제한하는 상황이어서 임금 인상을 수용할 경우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홍익대 관계자는 “한정된 등록금 안에서 다른 비용이 올라가면 피해를 보는 건 결국 학생”이라며 “이 때문에 사립학교법에서는 대학 내 등록금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예산을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중노위가 이를 무시하고 임금 인상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교수노조 측은 “사립학교법은 대학이 마음대로 예산을 운용하지 않도록 절차를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김정수 한국사립대교수노조 홍익대 지회장은 “홍익대는 전체 대학 적립금 규모 1위 대학”이라며 “충분히 임금 인상을 할 수 있는데도 소송까지 제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학가에서는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다른 대학에서 줄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20여곳의 대학에서 협상이 결렬돼 중노위 조정을 받았거나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해당 소송을 담당하는 박지숙 중노위 송무관은 “첫 사례여서 선례가 될 수 있는 만큼 내부에서도 중요한 사건으로 보고 신중하게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교수노조와 대학본부 간 노사관계 정립에 미칠 파장이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송까지 가게 된 건 안타깝지만, 지금의 갈등을 학습 과정으로 이해하고 대화로 관계를 풀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앞으로 대학 내 노사관계는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