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 상승과 집값 하락 등에 따른 역전세난 우려에 기존 전월세 금액을 깎아주는 갱신 계약이 지난해 말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집주인은 전세값 하락으로 보증금 차액을 돌려주지 못해 세입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역월세’를 지불하거나 세입자의 전세대출이자를 대신 내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는 국토교통부 전월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11월 수도권 지역 갱신 계약 중 전세 환산 보증금을 종전보다 낮춘 계약 비율이 13.1%로 조사됐다고 10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3분기 4.6%의 2.8배로 늘어난 수준이다.
국토부가 갱신 계약 데이터를 공개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최고치이기도 하다. 종전 가장 높은 비율은 2021년 3분기의 5.6%였다. 기존 계약을 갱신하면서 전월세 금액을 올리지 않고 동결한 계약의 비율도 3분기 9.1%에서 10~11월 12.9%로 크게 늘었다. 이 비율은 2021년 2분기부터 최근까지 9~10% 수준을 유지해왔다.
지난해 10~11월 아파트 전월세 감액 갱신 비율은 수도권에서도 경기 지역이 23.1%로 월등히 높았다. 인천이 10.1%로 뒤를 이었다. 서울은 3.2%에 그쳤다. 연립·다세대주택의 감액 갱신 비율은 인천이 14.3%로 서울(3.2%) 경기(3.1%)보다 3배 높았다. 오피스텔 보증금을 낮춰 갱신한 계약은 서울 2.1%, 경기 1.9%, 인천 1.4%로 모두 낮았다.
이런 흐름은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지역에서 역전세난 우려가 급증했음을 시사한다. 집값이 크게 빠지면서 다음 세입자를 찾지 못할 것을 우려한 집주인들은 보증금 일부를 내주고라도 기존 세입자를 붙잡아두는 쪽을 선택한다.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95.849로 정점이던 7월(100.928) 대비 5.0% 하락했다. 경기는 93.045로 고점(6월 100.616) 대비 7.5% 빠졌다. 지난해 5월 100.976을 찍은 인천은 12월 93.199로 7.8% 하락했다.
전세 공급이 얼마나 충분한지를 보여주는 전세수급지수는 2021년 8월 180.07에서 지난해 12월 62.22로 거의 3분의 1토막이 났다. 이 수치가 100을 밑돌면 공급이 넘친다는 의미다. 이때 시장은 세입자 우위가 된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증가해 월세 거래로의 전환이 늘고 동시에 전세 거래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2월 분을 포함한 지난해 4분기 전체 감액 갱신계약 비중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 전세수급지수(62.22)는 집계를 시작한 2000년 1월 이래 최저다. 10월만 해도 89.39였던 이 지수는 11월 69.34로 급락한 뒤 지난달 60선에 더 바짝 다가섰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의 전월세 갱신계약 중 보증금 감액 및 월세 전환 비중은 10월 6.9%에서 11월 11.2%, 12월 18.5%로 급등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