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흉터는 사라지지만 아픔은 진행형… 나아진 게 없다

입력 2023-01-11 04:05
지난해 1월 11일 신축 공사 현장에서 붕괴 참사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의 지난 5일 모습.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오는 3월부터 철거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합뉴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가 11일로 1년를 맞는다. 책임자 처벌을 위한 재판, 시공사 행정처분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가족을 잃은 이들의 고통과 도심 한복판에서 후진국형 인재를 지켜봐야 했던 시민들의 안타까움은 여전하다.

부실시공으로 근로자 6명이 숨진 참사는 안전불감증에서 유래된 전형적 인재로 규명됐다. 하지만 참사 재발 방지와 건설현장의 안전대책 강화 대책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1월 11일 건물 23~38층 바닥과 외벽이 순식간에 붕괴된 201동을 포함한 화정아이파크 전체 8개 동은 이르면 3월부터 전면 철거에 들어간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광주 서구에 제출한 해체계획서가 심의를 통과하고 국토안전관리원이 안전관리계획서를 승인하면 철거가 본격화된다. 내년까지 철거를 마무리하고 2027년 말 재시공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참사 직후 29일간의 끈질긴 수색 끝에 실종됐던 근로자 6명은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왔다. 경찰은 21명을 기소해 재판에 넘겼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보름 앞두고 참사가 발생해 시공사 대표자 처벌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경찰은 현산 본사 안전부장 등 실질적 권한을 가진 간부진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기각해 주요 책임자들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장소장 등 현산 직원 3명을 포함한 6명만 구속기소되고 하도급 업체 대표와 현장감리 등 15명이 불구속기소되는 데 그쳤다. 법인 4곳은 업무상과실치사와 건축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시공사에 대한 행정처분도 진척이 없다. 국토교통부의 중징계 결정 이후 서울시가 현산 측을 상대로 2차례 청문 절차를 진행했으나 “추가 소명 기회를 달라”는 현산 요청에 따라 결론은 유보한 채 1심 재판 결과만 지켜보자는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철거 후 재입주는 2027년 말이 목표다. 당초 지난해 11월 이사를 하려던 입주 예정자들은 “쥐꼬리만한 전·월세 지원금을 받았지만 5년 넘게 내 집을 두고 떠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보상 협의가 원만히 진척되지 않은 가운데 1년가량 손님이 끊겨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인근 상인들의 고통도 철거와 재시공이 끝날 때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붕괴 참사로 2개월 이상 문을 닫은 상가 87곳 중 문구와 화훼상가 등 30여 곳의 피해 보상은 마무리되지 못했다.

제2의 참사를 막기 위한 법안들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참사를 계기로 건설 현장의 안전과 책임자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건설안전법,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들이 국회와 정부에서 잇따라 발의됐으나 아직 소관 국회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만 하고 있다.

1주기 추모식은 희생자가족협의회 주도로 11일 오후 사고현장에서 열린다.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안전의식의 중요함을 되새기는 방향으로 치른다. 협의회는 오전 9시부터 사고현장 인근에 분향소를 자체적으로 설치한다. 원하는 시민들은 누구나 헌화·분향할 수 있다.

안정호 희생자가족협의회 대표는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철거·재건 공사가 차질없이 진행되기 바란다”며 “1주기 추모식이 모두의 안전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