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위기가 더 심각하다. 세계 최대 제철소인 독일 함부르크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 제철소가 작년 9월 말 가동을 멈췄는데, 전년 대비 10배나 오른 가스값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영국은 전기료가 2배 이상 올라 에너지 빈곤(Fuel Poverty)이 유행어가 됐고, 전기·가스요금에 대해 지급거부운동(Don’t Pay)이 거셀 정도다. 우리나라도 올해 전기요금 20% 인상이 확정됐다. 이에 비해 미국은 유럽보다 가스값이 10분의 1, 전기료가 5분의 1 수준으로 낮아 에너지 불평등이 심화됐고, 이 문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예측은 전 세계 기업들이 미국으로 산업 기반을 옮기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공원에서 에너지 문제를 고민한 건 기후위기 때문이었다. 205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줄이기 위해 모든 분야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낮춰야 하는데, 공공시설 중 하나인 공원도 애쓰고 싶었다. 그 결과 서울 양천구는 작년에 제로에너지공원 계획을 수립했다. 내용은 관내 165개 공원 2.69㎢에서 연간 소비하는 176만㎾h를 0으로 줄이는 것. 우선 2030년까지 공원등 중 효율이 낮은 등기구를 모두 LED로 교체해 54만㎾h(31%)를 줄이고, 공원 내 유휴공간마다 태양광 발전을 도입해 35만㎾h(20%)를 생산함으로써 총 51%를 줄이는 것이 1차 목표다. 2030년 이후엔 기술이 가속화되는 연료전지를 도입해 87~118㎾h를 발전하고 넷제로(Net-Zero)를 넘어 최대 118%까지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기후위기에 에너지 위기가 겹치고 또 지속된다. 각자의 노력이 절실하다. 공원이 규모에 비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진 않지만, 그냥 있을 순 없다. 에너지 비용을 예산으로 지불하는 공공시설이기에 더 예민해져야 한다. 공원뿐 아니라 도로, 주차장 등 각종 공공시설에서도 에너지 절감을 넘어 에너지 독립을 고민해야만 하는 이유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