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잇단 ‘공개 경고장’… 깊어지는 나경원 고민

입력 2023-01-10 00:02
지난 2일 오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2023년 국민의힘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해 6일과 8일 연이어 ‘공개 경고장’을 던진 데 대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이 특정 정치인에 대해 두 차례 연속 경고음을 발신한 것은 대통령실의 불만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 전 의원이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정책과 무관한 ‘출산 시 대출 탕감’ 발언을 내놓은 것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나 전 의원은 9일 별도 입장을 내지 않은 채 고심에 들어갔다. 10일로 잡혔던 나 전 의원의 당원 대상 제주 특강도 취소됐다. 나 전 의원은 제주벤처마루에서 국민의힘 제주당원들을 대상으로 특강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제주도당이 일정 취소를 나 전 의원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의 강한 경고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에게 보낸 경고 메시지는 분명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 충실해 달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이 맡고 있는 두 가지 직책이 중차대하니 그 일에 집중해 달라는 대통령의 의중이 담기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출산 시 대출 탕감’처럼 민감하면서도 정부 내에서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정책 혼선을 야기한 데 대해 책임을 묻는 차원도 있다.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이 임명한 직책을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라는 ‘자기 정치’에 활용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이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 경우에 대비해 ‘나 전 의원에게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은 없다’는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경고장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나 전 의원에 대한 친윤(친윤석열)계 분위기도 좋지 않다. 친윤계 초선 의원은 “전당대회에 나오려면 빨리 정부 직책을 내려놓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다른 친윤계 의원은 “나 전 의원이 출마를 결심한다면 ‘제2의 이준석·유승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여당의 전당대회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실은 정부 직책을 두 개나 가진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와 같은 정치 사안에서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다른 당권 주자들은 나 전 의원에게 견제구를 날렸다. 김기현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나 전 의원과 정부 간) 사전에 조율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은 출마선언 후 기자들을 만나 “(나는 대통령직인수위원장으로서) 110대 국정과제를 만들 때 모든 것을 발표하기 전에 조율을 했다”며 “어떤 연유인지 알 수 없으나 그런 과정에서 (나 전 의원이)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현수 문동성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