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세수 감소 ‘64조+α’ 전망

입력 2023-01-10 04:09
국민일보DB

법인세 인하 등 ‘윤석열표’ 감세 정책에 최근 반도체 세액공제 확대까지 추진되면서 향후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둔화 영향으로 ‘기업 감세→투자 확대→경제 활성화’라는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9일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7년까지 약 64조4081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에서 의결된 개정세법에 따라 세수 감소가 발생하는 것이다. 연도별 세수 감소는 올해 6조281억원, 2024년 14조4216억원, 2025년 14조6438억원, 2026년 14조4760억원, 2027년 14조8387억원이다.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27조4112억원)와 소득세(19조4353억원) 감소분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세수 감소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정부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액공제 확대로 내년에는 3조6500억원, 2025~2026년에는 1조3700억원씩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감세 정책은 민간 기업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투자 세액공제 확대 등 각종 세제지원을 통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면 경제 전체의 선순환으로 세수 감소분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 방안과 관련해 “(기업이) 투자를 확대해 수출, 일자리 창출을 확대하고 매출과 이익 증대를 가져올 기반이 형성될 것”이라며 “앞으로 기업이 성장을 통해 세수 확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올해 글로벌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으로 들어가면서 정부의 유인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 보고서에서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라며 그동안 가능성으로만 언급했던 경기 둔화가 본격화할 것을 예고했다.

이명박정부의 시행착오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당시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는데, 기업들은 투자는 늘리지 않고 사내유보금만 쌓아뒀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강력한 외부 변수를 의식한 탓이었다. 이명박정부의 감세 정책은 이후 박근혜정부의 세수 결손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 예상보다 더 적게 세금이 걷히는 현상이 다음 정부로까지 떠넘겨진 셈이다. 박근혜정부의 3년간 세수 결손은 17조2000억원에 달했다.

세수 감소폭이 커지면서 현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이번 정부에서 감세 방침이 계속될 경우 다음 정부에서 ‘세수 펑크’가 또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 2년간 발생한 대규모 초과 세수 등을 고려해 현재의 감세 정책이 설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