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을 일으킨 이른바 ‘빌라왕’들의 배후 세력으로 부동산 컨설팅 업체를 지목했다. 경찰은 전국적으로 비슷한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제주도에서 사망한 임대인 정모씨 사건의 배후를 확인했다”며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일대에 신축 빌라와 오피스텔 약 240채를 소유했던 정씨는 2021년 7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제주에서 사망했다. 이후 대다수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경찰은 정씨의 대리인이 위임장을 들고 다니며 임대 계약을 맺고 다닌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경찰청 관계자는 “흔히 빌라왕이라고 불리는 이들 가운데 ‘바지사장’인 경우도 많다”며 “실질적으로 컨설팅 업체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컨설팅 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 중이다.
경찰은 최근 서울에서 사망한 또 다른 빌라왕 김모씨와 관련해서도 건축주와 분양업자 등 5명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특히 계좌 추적과 압수물 분석을 통해 배후 세력을 추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전세사기 특별단속에 나선 경찰은 지난 1일까지 총 399건에서 884명을 검거해 이 중 8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전형적인 전세사기에 해당하는 ‘무자본 갭투자’ 혐의로는 모두 34명이 검거됐다.
경찰은 조직적인 전세사기 행위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