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신한카드 본사에선 점심시간에 사무실에 앉아 졸고 있는 남성 직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남직원들 사이에선 여직원 전용 휴게실만 설치된 탓에 쉴 데가 별로 없다는 불만 섞인 말들도 나온다. 그동안은 이런 불만이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었지만 MZ세대 일부 직원은 성별에 따른 휴식권 차별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한 카드사의 20대 직원은 9일 “쉴 공간이 필요한 것은 나이나 성별과 관계없이 똑같은데 남직원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있다. 공용 휴게 공간은 있지만 남직원을 위해 별도로 분리된 휴게 공간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카드 본사에선 사내 여직원 휴게실만 운영 중이다. BC카드는 공용 휴게 공간을 제외한 수면실 등을 설치하지 않았다. 일부 카드사에서는 전날 회식이나 야근을 한 남직원들이 사무실 한편에서 쪽잠을 청하는 장면도 자주 목격된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과거 여직원이 많지 않던 시절 ‘여성 배려’ 차원에서 별도의 공간을 설치해 운영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카드는 남녀 직원들을 위한 별도의 휴게 공간을 각각 운영하고 있지만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 복지 시설을 원하는 직원들도 많다. 잠을 잘 수 있는 공간뿐 아니라 커피를 마시거나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롯데카드는 한 명씩 들어가 잠을 잘 수 있는 ‘수면 캡슐’을 도입해 직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현대카드는 사내 피트니스센터를 설치해 운영 중인데 센터 내부에 수면실이 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복지 시설 문제는 젠더 프레임으로 볼 게 아니다. 급여만큼이나 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 직원들을 위해 특화된 휴게 공간 설치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