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난 줄 알았다” 재난문자 경보음에 화들짝

입력 2023-01-10 04:05
9일 새벽 인천 강화군 서쪽 해역에서 규모 3.7 지진이 발생한 뒤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종합상황실 직원들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잠에서 깰 정도로 집이 막 흔들렸어요. ‘삑’ 하고 긴급재난문자 알림까지 울리니까 진짜 정신이 없더라고요.”

9일 오전 1시28분쯤 인천 강화군 서쪽 25㎞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3.7 지진을 몸소 느껴본 최모(58)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같이 말했다. 강화군 강화읍에 사는 최씨는 당시 집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잠에서 깼다. 이어 긴급재난문자 알림까지 들리기 시작하면서 크게 놀란 최씨는 그대로 침대 아래에 숨었다.

최씨는 “5분 정도 침대 아래에 들어가 있었다”며 “어디 무너지거나 집에 균열 간 곳은 없는지 걱정돼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다.

이날 지진은 새벽시간대 발생한 탓에 많은 수도권 주민들이 밤잠을 설쳐야 했다. 긴급재난문자 알림에 더 놀랐다는 수도권 주민들의 반응도 이어졌다.

인천 연수구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모(24)씨는 “새벽 내내 지진으로 잠에서 깬 손님들이 많았다”며 “한 손님은 긴급재난문자 알림에 잠을 깼다면서 함께 온 친구분과 서로 짜증을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부 수도권 주민은 최근 북한의 도발이 반복되면서 전쟁이 난 것으로 오해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도 김포시에 거주하는 신모(39)씨는 “집 안 전체에 긴급재난문자 알림 소리가 퍼지면서 순간 전쟁이 난 줄 착각했다”며 “북한의 무인기 도발 등이 계속되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지진 관련 신고가 잇따랐다. 소방당국이 접수한 지진 관련 신고는 경기도 51건, 인천 35건, 서울 33건 등이다. 신고자들은 “방금 건물이 흔들렸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거나 “지진이 발생한 게 맞느냐”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수도권뿐 아니라 강원도 춘천시 등에서도 지진이 감지됐다. 춘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진 발생 직후 ‘지진 맞아요?’ ‘2분 전에 지진’ 등 게시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지진이 발생한 이후 흔들림이나 진동을 느끼고 상황을 물어보는 신고들이 많았다”며 “현재 지진에 따른 피해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