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임금체불까지… 플라이강원, 강원도 떠나나

입력 2023-01-10 04:05
플라이강원 항공기가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플라이강원 제공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을 모기지로 하는 저비용항공사(LCC) 플라이강원이 강원도를 떠나는 것을 검토하고 나섰다.

플라이강원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모기지 공항 변경과 회사 이름 교체를 3월 정기주주총회 공식 안건으로 확정했다. 코로나19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진 상황에서 강원도의 지원이 줄어들자 아예 지역을 옮겨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플라이강원은 2019년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사업 면허를 취득하고 양양공항에서 국내선과 국제선을 운영해 왔다. 도는 공항 활성화를 위해 2020년부터 120억원의 운항장려금을 플라이강원에 지원했다. 운항장려금 사용 기간은 12월까지다.

플라이강원은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국제선을 운영하지 못했다. 지난해 6월 필리핀 클라크 노선을 재개했지만 여객 수요가 회복되지 않았다. 이달 현재까지 누적 적자 규모는 1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과 11월에는 직원 임금을 체불했다가 뒤늦게 지급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달에는 자금난 때문에 2020년에 도입한 1호기 보잉 737 기종을 리스사에 반납했다.

이런 상황에 도와 플라이강원은 지난해 12월 항공사업 유지협약을 체결했다. 플라이강원은 2027년까지 양양공항을 모기지로 운영하고, 도는 행정과 재정적인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플라이강원 측은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도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도는 더 이상의 지원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도는 올해부터 플라이강원에 지원하는 금액을 대폭 축소했다. 지난해까지 국내선 왕복 300만원, 국제선 왕복 1000만원을 지원했지만 올해부터는 국내선 60만원, 국제선 200만~600만원으로 지원 규모를 줄였다.

도 관계자는 9일 “그동안 도의회로부터 플라이강원에만 너무 많은 지원을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도 예산이 한정된 만큼 도내 공항을 이용하는 다른 항공사와 형평성을 맞춰 같은 수준으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플라이강원 관계자는 “취항 이후 곧바로 터진 코로나19 때문에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지만 도의 지원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며 “양양은 인천공항과 비교해 유류비 인건비 등이 연간 40억원 더 필요하다.. 도가 추가적인 지원이 없으면 운영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