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또 나 전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대통령직속 부위원장 자리를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이 직접 공세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 나 전 의원의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에 부정적 기류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8일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인 나 전 의원이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위원회 회의는 단 한 차례도 열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내부 논의는 물론이고, 정부 부처 간 논의를 건너뛴 채 설익은 정책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정책을 설명하면서 “종합적으로 논의를 준비하고 시작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정책이 마치 정부 내에서 진지하게 검토가 되고 있다는 식의 나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은 강한 불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특히 12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해 출산시 대출금을 탕감해주겠다는 정책 구상은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정책 기조와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출산율을 높이는 데만 초점을 맞췄던 기존 정책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시작으로, 포퓰리즘이 아닌 과학과 데이터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며 저출산 정책 기조 전환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의 나 전 의원에 대한 공개 비판은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는 나 전 의원이 지난해 10월 윤 대통령으로부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라는 두 중책을 받아 놓고도 당권만 노리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은 출산시 대출 탕감 발언으로 새로운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친윤계 한 재선의원은 “수조원의 예산이 드는 정책을 사전 조율도 없이 독단적으로 발표했다는 사실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친윤계 초선의원은 “나 전 의원이 보이는 행보는 윤 대통령이 믿고 두 가지 중책을 맡긴 의중을 완벽하게 거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나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치권 일부 인사들이 저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따른 향후 유불리 계산에 함몰돼, 이번 사안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다만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의 우려 표명에 대해 십분 이해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정현수 문동성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