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저축은행… 부동산 PF대출 3년 새 4배나 급증

입력 2023-01-09 04:04

저축은행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이 최근 3년 새 4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이 하락하고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올해 저축은행권에는 시련의 계절이 찾아올 전망이다.

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전이었던 2019년 말 2조원 수준이던 저축은행권 부동산 금융 자산 보유액은 지난해 6월 말 8조원까지 불어났다. 여기에는 부동산 개발 사업 시행사가 운영비나 토지 매입 자금 등을 조달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빌려 쓰는 단기 차입금인 브리지 론과 부동산 PF 대출, 개인 사업자가 후순위로 받은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관련 사업자대출이 포함돼 있다. 이 기간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금융 자산 비중은 80%에서 196%로 2배 이상 급증했다.

문제는 저축은행권이 부동산 시장 냉각기 위험도가 더 높은 자산을 집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저축은행권 부동산 금융 자산 중 비아파트 비중은 85%, 후분양은 65%에 이르러 분양 시장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또 시공사나 신탁사가 “어떤 경우에도 건물 공사를 완수하겠다”고 약속한 책임 준공 비중은 2%에 불과했다. 사업 시행사나 시공사가 부도날 경우 위험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가계 신용대출도 저축은행권의 큰 위험 요인이다. 저축은행권 고객 중에는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 비중이 76%에 이르고 전체 차주의 절반가량은 하위 20% 저신용자다. 기준금리와 물가가 상승하고 자산 가격은 하락하면서 가계 빚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저소득 다중 채무자를 중심으로 부실이 본격화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12월 말 2.1%였던 저축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6월 말 3.1%로 1% 포인트 상승했다.

자산 건전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수익성 또한 함께 저하되고 있다. 대출 금리는 20%로 법적 상한선이 존재해 기준금리가 아무리 많이 오르더라도 이를 전부 전가할 수 없다. 반대로 저축은행권이 고객에게 이자를 내줘야 하는 예금의 경우 금리 상한선이 없는 데다 평균 만기도 1~2년으로 3~4년인 대출보다 짧아 비용 지출 부담은 빨리 커진다.

저축은행권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총자산순이익률(ROA)은 2021년 3분기 말 2.1%에서 지난해 3분기 말 1.4%로 1년 새 0.7% 포인트 하락한 상황이다. 시중 자금이 말라붙고 건전성 우려가 커지는 만큼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저축은행권의 예금 확보 경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제2 금융권 중 올해 산업과 신용 등급 전망이 모두 부정적인 곳은 저축은행권”이라면서 “기준금리 상승으로 여신 성장세는 꺾였는데 부동산 금융과 가계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건전성과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