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여성 리더십 강화’ ‘건강한 사회 변화’ 두 토끼 잡는다

입력 2023-01-10 03:04
2023년 새해를 맞아 기독 여성 단체들이 여성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고 한국교회 안팎에 여성들의 역량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주요 교단에서는 여성 안수 및 여성 리더십 확대를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교계 여성단체들은 양성평등 및 생명·평화 운동 등으로 건강한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한국YWCA연합회 회원들이 지난해 서울 시청 일대에서 깃발을 들고 ‘기후 정의 행진’을 하고 있다. 기독 여성들이 새해에도 정의·평화·생명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국YWCA연합회 제공

통합 “여성 총대 법제화” 합동 “여성 안수”

9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이순창 목사) 총회에 따르면 통합 총회는 새 회기 여성위원회의 부활로 교단 내 여성 목사와 장로들의 권익 확대를 위한 활동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예장통합은 2013년 여성위원회를 신설했으나 2019년 양성평등위원회로 이름을 바꿨고 2021년에는 동성애및양성평등위원회로 통폐합됐다. 사실상 여성위원회가 고유의 역할을 해오지 못한 것이다.

윤효심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총무는 “올해 다시 신설된 여성위원회가 남성 중심의 교회 문화 가운데 여성 목소리를 대변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장통합 내부에서는 여성들의 오랜 요청인 ‘여성 총대 할당제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성 총대 할당제가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 되면서 여성 총대를 보내지 않는 노회들이 많다. 지난 회기 여성 총대는 35명으로 전체 총대의 2.3%에 불과했다.

윤 총무는 “교회에서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려면 의결구조에 여성을 포함해야 한다. 교회가 여성 목사와 장로를 적극적으로 세워야 한다는 뜻”이라며 “교회가 바뀌어야 노회와 총회까지 변화될 수 있다. 올해도 여성 리더십 확대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직 여성 목사가 없는 예장합동(총회장 권순웅 목사) 총회의 여성안수 가능성은 새해에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해 열린 예장합동 107회 정기총회에서 총대들은 여성 사역자를 위한 준목 제도를 1년 동안 연구하기로 했다. 준목 제도 연구위원들은 연구 결과를 오는 9월 열리는 예장합동 108회 총회 때 보고한다.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는 지난해 5월 여성 사역자 실태조사에서 224명의 졸업생 가운데 72%가 여성 안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여성 안수는 총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는 “여성 사역자에게 임시직인 준목 자격을 부여한다는 건 여성 사역자를 임시직에 묶어 두겠다는 것이지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면서 올해도 여성 안수 통과를 위한 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여성 목사 안수제를 시행하고 있는 예장백석(총회장 장종현 목사) 총회는 여성 목사의 비율이 전체의 30%에 달한다. 여성 총대도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 총회 때 30% 가까운 여성들이 회의에 참여했다. 총회 상비국과 위원회에는 올해 처음으로 여성 위원장과 국장이 탄생하기도 했다. 백석총회 관계자는 “노회에서부터 여성의 정치참여 증가와 여성 지위 향상에 대한 인식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올해도 여성이 목회하기 좋은 교단이 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교한국침례회(총회장 김인환 목사) 전국여성선교연합회는 새해 교회 내 여성 리더십을 세우기 위한 다양한 세미나와 전국 순회 연합기도회를 계획하고 있다. ‘2030 여성 리더십 세미나’ ‘여성 목회자 초청 세미나’ ‘중보기도 세미나 및 칠천만 월례기도회’ 등을 진행한다.

여성단체 “역량 강화, 교회·사회 개혁”

교계 여성단체들도 한국교회와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사역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YWCA연합회(회장 원영희)는 올해도 정의·평화·생명을 위한 운동을 펼친다. 탈핵·기후·생명 분야에서는 ‘한국YWCA RE100 운동’ ‘청소년 기후 행동’ 등을 전국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다.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여가부 폐지 저지 운동’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운동’ ‘크리스천 페미니즘 아카데미’ 등도 진행한다. 정전 70주년을 맞아 ‘평화포럼’과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등도 이어나간다.

구정혜 사무총장은 “올해는 4년마다 돌아오는 YWCA 세계대회가 열리는 해다. 연합회의 평화운동과 성평등운동의 경과를 공유하고 세계의 연대를 요청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100주년을 보내고 새로운 원년을 맞이하는 연합회가 새로운 각오로 여성들과 함께 의미 있는 사회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난해 기후위기 시대 소비 전환과 지역 여성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힘썼던 한국교회여성연합회(회장 원계순)는 올해도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여성 리더십 양성에 힘을 쏟는다. 원계순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교회들이 목적과 의미와 방향을 분명하게 세우고 나아갈 길을 다시 정립하는 과정에 있다. 기독 여성들이 새로운 기회에 참여해 역할을 감당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박용미 장창일 최경식 김아영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