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운영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금리 수준이 저축은행 파킹통장보다는 낮고 예금보험공사의 보호도 받을 수 없는 탓이다. 주식시장이 냉각되면서 증권사 예치금도 빠져나가는 가운데 CMA 잔액은 1년 새 12조원 증발, 2020년 5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국내 증권사 CMA 계좌에 개인 고객이 예치한 잔액은 48조27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에는 60조5800억원이었는데 12조원 이상 급감한 것이다.
CMA는 파킹통장처럼 자금을 넣어두면서도 매일 일복리로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었다. 특히 주식시장이 크게 성장했던 2020년과 2021년에 CMA로 돈이 몰렸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1월에는 잔액이 44조82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22년 2월에는 61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이후 CMA 잔액 추이는 감소세로 전환됐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금리 경쟁에서 저축은행권에 밀렸다는 점이 꼽힌다. 현재 주요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CMA 금리를 제공하는 곳은 미래에셋증권(3.90%)이다. 다음은 한국투자증권(3.80%) KB증권(3.70%) NH투자증권(3.70%) 등 순이다.
반면 저축은행권의 경우 웰컴저축은행(3.8%) 에큐온저축은행(4.0%) OK저축은행(5.5%) 등 비교적 높은 금리가 제공된다. 저축은행은 또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은행 1고객당 원리금 5000만원까지는 보호받을 수 있다. CMA 역시 증권사가 도산하지 않는 이상 가입자 보호가 가능하지만, 최근 부동산 PF 등 부실채권 문제가 떠오르면서 소비자들 우려가 커진 모양새다.
주식시장 자체가 시들해진 상황도 큰 영향을 미쳤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장이 좋을 때는 CMA에 여윳돈을 넣어놓고 이자를 받다가 매수 타이밍이 되면 그 돈으로 주식을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엔 증권사 앱을 삭제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