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올빼미’처럼 밤보다 낮에 더 안 보이면 백내장?

입력 2023-01-10 04:02

최근 개봉한 영화 ‘올빼미’에서 배우 류준열(사진)이 열연한 침술사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주맹증(晝盲症)’을 앓는 것으로 그려진다. 주맹증은 밝은 곳에서의 시력이 어두운 곳에서 보다 떨어지는 증상이다. 흔히 알려진 야맹증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빛이 충분한 낮에도 시야가 뿌옇게 흐리고 잘 보이지 않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주맹증은 수정체가 혼탁해져 생기는 백내장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하지만 백내장 환자가 모두 이 증상을 겪는 것은 아니다. 백내장이 수정체 한 가운데 생긴 경우에 해당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수정체 앞에 위치한 홍채는 카메라의 조리개처럼 빛의 양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빛이 많은 곳에서는 홍채가 이완돼 동공이 작아지는데, 동공이 작으면 수정체 가운데의 혼탁한 부분에 상이 맺혀 시야를 가리게 된다. 반면 빛이 적은 곳에서는 홍채가 수축돼 동공이 커지고 수정체의 혼탁된 부위 외 부분에 상이 맺혀서 다시 잘 보이게 되는 것이다.

주맹증이 지속된다면 안과를 찾아 원인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권고된다. 드물게 백내장 외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안과병원 각막센터장인 고경민 전문의는 9일 “동공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겨 낮에 과도한 빛이 들어오게 되더라도 잘 안보일 수 있다”면서 “홍채가 없는 무홍채증, 빛에 대한 동공 반응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아디스증후군, 유전자 변이로 색소가 합성되지 않아 빛에 민감해지는 눈백색증이 이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망막의 시세포 중 중심 시야 및 색각을 담당하는 원뿔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에도 주맹증이 나타날 수 있다.

백내장은 매년 한국인이 받는 수술 1위에 오를 만큼 흔한 노화 질환이다. 지난해 국내 시행된 백내장 수술은 70만건을 넘었다. 백내장은 방치 시 심각한 시력 저하 및 실명을 유발할 수 있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수술이 더 어려워진다. 정기적인 백내장 상태 검진으로 적절한 때에 수술받는 것이 중요하다. 주맹증을 예방하려면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백내장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우선이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 자제, 자외선 차단에 신경쓰고 루테인 등 눈영양제 복용도 도움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