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 속에 장기요양보험이 산업재해보상보험 규모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5일 ‘사회보험 국민부담 현황과 정책 개선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총은 “인구 고령화로 수혜대상이 늘어나고 본인부담 경감제도를 시행하면서 장기요양보험이 보험료 규모에서 처음으로 산재보험을 앞질렀다”고 분석했다.
지난 2021년 국민이 부담한 5대 사회보험료는 152조366억원이었다. 2020년의 140조7174억원보다 8% 증가했다. 2021년에 국민이 부담한 사회보험료를 종류별로 나누면 건강보험료가 69조486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사회보험료의 45.7%를 차지했다. 이어 국민연금 53조5402억원(35.2%), 고용보험 13조5565억원(8.9%), 장기요양보험 7조8886억원(5.2%), 산재보험 7조5644억원(5.0%) 등이었다.
문재인정부 출범 전인 2016년의 사회보험료(105조488억원)와 비교하면 5년 만에 46조9878억원(44.7%)이 늘어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0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보험부담 비중은 7.8%다. 사회보험 부담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OECD의 37개 회원국 가운데 중위권(24위)이다. 아직 OECD 평균(9.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총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를 고려할 때 무분별한 급여 확대는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해치고, 국민경제 선순환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국민 1인당 연간 병원 방문 횟수는 17.2회(2020년 기준)다. OECD 평균(6.7회)의 2.6배, 세계 최고령국가 일본(12.5회)의 1.4배에 달한다. 경총은 “의료이용량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며 “기존 건강보험 정책목표를 이용량 관리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경총은 고용보험에 대해 “2020~2021년 7조8997억원의 공공자금관리기금 차입을 제외하면 고용보험기금은 거의 고갈된 상태”라며 “실업급여 제도 개선과 여러 사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반복·부정 수급 방지를 위한 수급 요건 강화, 취업축하금 성격의 조기재취업수당 폐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손석호 경총 사회정책팀장은 “사회보험 급여 확대는 경제 성장의 범위 안에서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는 앞으로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장기요양기본계획 등을 수립할 때 소요되는 재원규모와 조달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매년 ‘사회보험 국민부담 현황과 정책 개선과제’ 보고서를 낸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