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중인 나경원·유승민, 등판할까… 與 당권구도 변수로

입력 2023-01-05 04:06

국민의힘 새 당대표를 뽑는 3월 8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경원(사진 왼쪽)·유승민(오른쪽) 전 의원의 장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지율과 인지도가 높은 두 사람의 출마 여부는 전당대회 판도를 흔들 대형 변수다.

나 전 의원은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대표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막판 고심 중”이라며 “설 연휴 전에는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당대표에 출마할 경우 장관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을 내려놓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대표와 같이해도 되고, 사표를 내도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나 전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당대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아직 출마 여부를 확정 짓지 못했다. 이처럼 장고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나 전 의원이 ‘윤심(尹心)’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기현 의원으로 기운 일부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나 전 의원의 출마에 부정적인 것도 변수다. 친윤계 한 재선 의원은 “나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라는 중책을 맡긴 뜻을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는 다르지만 유 전 의원도 출마 여부에 관해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전당대회 룰이 ‘당원투표 100%’로 변경된 상황에서 유 전 의원이 사실상 불출마로 기운 것 아니냐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

유 전 의원을 지지하는 의원들도 출마와 불출마 사이에서 의견을 통일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의원과 가까운 한 초선 의원은 “측근들이 ‘더 큰 때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이번 선거에는 나가지 말라는 조언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산도 복잡하다. 나 전 의원이 불출마할 경우 보수 성향 당원들의 표 분산을 막을 수 있어 친윤계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김 의원이 유리한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 친윤계와 정면 대립하고 있는 유 전 의원이 출마하지 않는다면 중도 성향의 안철수 의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한 초선 의원은 “당원들의 지지 이동 여부를 예단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기현·안철수 의원은 수도권 공략에 나섰다. 김 의원은 최재형 의원의 서울 종로구 당협사무소를 방문해 “종로는 정치 1번지이면서 우리 당의 핵심 요충지”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서울 강서을 당협 신년인사회에서 “이번 승부는 수도권 승부”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5일 배현진 의원 지역구인 서울 송파을 당협 당원연수에 강연자로 나선다. 친윤계 공부모임 ‘국민공감’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석하며 나 전 의원과 안 의원도 자리할 예정이다. 같은 날 윤상현 의원은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