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원인을 들여다보고 있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사실상 수사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행정안전부나 서울시, 경찰청 등 상급 기관에 대한 법적 책임은 묻기 어렵다는 게 특수본의 잠정 결론이다. 결국 용산경찰서장, 용산구청장 등 일차 기관 책임자들을 송치하는 데 그치면서 윗선에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4일 특수본에 따르면 최종 수사 결과는 21일 시작되는 설 연휴 이전에 발표된다. 행안부와 서울시, 경찰청 등 상급 기관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2주 남짓 남은 시점에서 새 증거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수본 김동욱 대변인도 전날 “전체적인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수본은 상급 기관에 구체적인 주의 의무가 있는지,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등을 법리검토했지만, 구체적으로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변인도 “중앙행정기관이나 광역지방자치단체에는 대부분 추상적 권한과 의무가 부여돼 있다. 구체적으로 과실 책임을 물은 사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나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은 한 차례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유족들은 줄곧 “서울시와 행안부가 참사 발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경찰이 참사 원인을 수사하자 애초에 ‘셀프 수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이에 서울경찰청에 꾸려졌던 수사본부는 독립성이 보장된 ‘특별수사본부’로 전환됐다. 본부장은 상급자의 지휘나 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해 결과만 발표한다. 하지만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되진 않았다.
앞서 특수본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등 용산서 간부들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구청 간부들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해서도 특수본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반려했다. 경찰 지휘부 가운데서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피의자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