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전 강원지사 재임 당시 강원도 측 실무진이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인수 기업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KH그룹 측에 접촉해 “사업 인허가를 돕겠다”며 입찰 참여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전 지사가 알펜시아 매각 입찰 전 KH그룹이 낙찰자로 사전에 선정되도록 관여했는지를 수사 중이다.
KH그룹의 한 관계자는 4일 “(2021년 5월) 알펜시아 5차 공개입찰을 앞두고 강원도청 실무진으로부터 ‘인허가든 뭐든 도울 테니 입찰에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다른 기업에도 비슷하게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H그룹만 콕 집어 요청한 건 아니라는 취지지만, 실제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KH 계열사 2곳뿐이었다. KH그룹 측은 당시 도청 실무진의 이런 언급을 인허가권을 가진 최 전 지사의 방침으로 간주했다고 한다.
최 전 지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 “KH뿐 아니라 다른 기업에도 알펜시아 매입 추진을 요청하면서 여러 그룹 회장들과 실무진을 만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최 전 지사가 입찰 공고 전 배상윤 KH그룹 회장을 만났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이다.
그러나 강원도 측이 기업들에 알펜시아 매입을 제안하면서 사업 인허가를 도와주겠다고 언급한 자체가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공개입찰을 방해한 정황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국가에서 진행하는 공개입찰에서 인허가권을 가진 이가 인허가 특혜를 언급하면서 낙찰에 상당부분 영향을 끼쳤다면 입찰 방해 혐의가 성립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 전 지사 측은 “기업 측에 알펜시아 매입에 따른 인센티브를 언급했을 수도 있지만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의미였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알펜시아는 지난해 6월 7115억원에 낙찰됐는데, 입찰 참여 업체 2곳이 모두 KH 계열사로 드러나면서 담합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이 과정에서 배임 혐의도 살펴보고 있다. 배 회장이 알펜시아 인수대금을 마련하면서 계열사 자금을 끌어와 손실을 끼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알펜시아를 총사업비(1조6325억원)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에 ‘헐값’ 매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최 전 지사는 “감정가는 약 9000억원이었고 4차례 유찰 끝에 매각된 것”이라며 “5차 입찰 전 내부적으로 조사한 시장가격은 5000억대에 불과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매각 과정에 관여했던 관계자들은 “최 전 지사가 마지막 임기 때 어떻게든 매각을 성사시키려고 서두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