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4일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이씨에게 강도살인 및 살인, 사체유기 혐의 등을 적용해 사건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송치했다.
당초 살인 혐의에 강도살인 혐의가 추가됐다. 이씨는 경찰에서 “합의금을 주려고 집에 데려왔는데, 택시기사가 요구한 합의금이 너무 많아 다툼이 생겨 홧김에 살인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경찰은 이씨가 애초에 합의금을 줄 능력도 의사도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당시 이씨의 통장 잔고는 10만원에 불과해 생활고를 겪고 있었고, 살해한 동거녀의 반지를 금은방에 팔아 40여만원을 챙길 정도로 곤궁한 상황이었다. 또 군대에서 음주운전으로 불명예 전역한 뒤 뚜렷한 직업 없이 가끔 부모 도움을 받아 카드값이나 세금 문제 등을 해결해 왔다.
이씨는 이날 오전 9시쯤 이송되는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외투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을 완전히 가린 상태였다. 그는 “피해자 유족에게 할 말 없느냐”는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답했고, “무엇이 죄송하냐”는 질문엔 “살인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추가 피해자는 없느냐”는 질문에는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평소 재력과 관련한 거짓말을 많이 했다. 주변에 “건물을 여러 채 갖고 있다” “큰돈을 상속받았다” 등의 말을 하고 다녔다. 친구 아들을 잠깐 맡아주면서 자기 아들인 것처럼 소개한 적도 있었다. 경찰에서도 거짓말은 이어졌다. 자신이 한때 근무했던 회사에서 4억원을 횡령해 그 돈을 창고에 쌓아두고 숨진 동거녀에게 매달 생활비로 줬다고 진술했지만, 이 역시 거짓말이었다.
고양=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