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OLED TV 생산을 본격화한다고 선언했다. 수익·생산성 문제로 고민하던 삼성전자가 TV 시장의 침체기를 극복할 신무기로 OLED를 선택한 것이다. TV 시장의 경쟁 무대는 OLED가 된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전자는 3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3’ 개막을 앞두고 열린 ‘삼성 퍼스트 룩 2023’ 행사에서 2023년형 TV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77형 OLED TV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55형, 65형 OLED TV를 출시했었다. 이번에 대형 모델을 추가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졌다. 삼성전자는 “기존 네오(Neo) QLED에 적용됐던 삼성의 독자 ‘퀀텀닷’ 기술과 뉴럴 퀀텀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OLED 기술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더 개선된 밝기와 색상을 구현했다. 144㎐의 높은 주사율에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 연동 서비스 삼성 게이밍 허브도 탑재했다. OLED TV 최초로 AMD ‘프리싱크 프리미엄 프로’ 인증을 획득해 궁극의 게임 경험을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OLED TV의 수익·생산성 문제 때문에 양산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지난해 9월 국제가전박람회(IFA) 때만 하더라도 OLED TV 신제품 발표 계획을 두고 “시장 상황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아직 OLED는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군은 아니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몇 개월 사이에 TV 시장이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경기침체로 수요 둔화의 늪에 빠졌다. 그나마 OLED 제품 및 초대형 TV 판매 수요는 버티고 있다. 가전 업계에서는 더는 OLED 시장을 못 본 척 할 수 없어 신제품을 내놓았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의 ‘참전’으로 LG전자와의 TV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하루 앞서 OLED TV 신제품을 공개했다. 선점한 OLED 시장에 대한 자신감이 표현이다. 특히 올해 CES에선 다양한 디스플레이 폼팩터(기기 형태)에 OLED를 적용해 경쟁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을 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는 TV 사업의 무게중심을 완전히 OLED로 옮기지 않았다. 여전히 생산성이 좋은 QLED 제품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2023년형 8K 98형 QLED TV 등의 신제품도 대거 공개했다. 인공지능(AI) 업스케일링과 뉴럴 퀀텀 프로세서를 탑재해 선명한 화질을 구현하는 게 장점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차세대 TV 시장의 주력을 ‘마이크로 LED’로 보고 다양한 크기의 제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50형부터 140형까지 다양한 크기의 마이크로 TV가 전시장 벽면을 채웠다. 마이크로 LED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LED가 백라이트나 컬러필터 없이 스스로 빛과 색을 내 최상의 화질을 구현한다. 모듈 형태로 설치할 수 있어 모양·비율·크기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기존 TV와 달리 베젤이 없어 벽과 스크린 사이의 경계도 거의 없다.
라스베이거스=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