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새해 들어 한층 노골적인 핵 위협을 쏟아냈다.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며 “핵탄 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대”를 지시했다. 대남 선제 핵공격 의지를 분명히 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장에 동행했던 딸을 이번엔 핵미사일 무기고에 데려갔다. “내 자녀들이 핵무기를 이고 사는 걸 원치 않는다”던 5년 전 발언은 완벽한 허언이 됐다. 그 말에 희망을 품고 저자세로 일관하며 군사훈련조차 극도로 자제하는 동안 우리 군은 조악한 무인기에도 허둥대는 신세로 전락했다. 냉정한 분쟁 현실에서 상대의 선의에 매달렸던 접근법은 허약한 대비태세만 낳고 말았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수 없다. 180도 얼굴을 바꾼 김정은이 핵공격을 엄두내지 못하도록 힘을 갖춰야 안보를 지키고 비핵화를 앞당길 수 있다. 한·미 동맹 자산인 미국의 핵우산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때다. 양국은 지난해 11월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북한의 핵사용을 상정한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의 연례화에 합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핵전력의 한·미 공동 기획·훈련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북핵 억제력의 핵심 수단으로 꼽았다. ‘공동 핵 훈련’이란 용어의 사전적 한계 탓에 양국 정상 발언이 엇박자를 보이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미국 측은 윤 대통령 발언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밝히면서 북핵 공동 대응에 이견이 없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진일보할 한·미 북핵 억지력은 기존 핵우산과 나토식 핵 공유의 중간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핵전력 운용 과정에 한국이 더 깊이 개입해 수동적인 핵우산의 한계를 극복하고 억제력의 실효성을 높이려 한다. 관건은 북한이 핵공격 시 반드시 핵 보복을 당하리란 실질적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핵을 갖고 있지 않은 우리의 현실 속에서 가장 효과적인 핵 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