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새해를 맞아 2일 보수 진영의 텃밭인 대구·경북(TK)에 총출동했다. 전당대회 룰이 ‘당원투표 100%’로 변경된 상황에서 당심 잡기에 총력전을 펼친 것이다. 그러나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극우화, 꼴보수화 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쓴소리를 이어갔다.
권성동 안철수 윤상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대구시당·경북도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 참석했다. 생방송 일정으로 불참한 김기현 의원과 부산시당에서 열린 신년교례회에 참석한 조경태 의원을 제외하면 당권 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뒤 일제히 TK로 향했다.
당권 주자들은 TK 지역 민심 구애에 나섰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권 의원은 “우리 조상이 540년 전에 안동에서 강릉으로 이주했다. 처가도 구미”라며 “이만하면 ‘원조 TK’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은 “아버지 고향은 충남이고 어머니 고향은 경북 의성”이라며 “어머니 고향이 보수의 심장인 TK인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2020년 대구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했던 일화를 꺼내며 “수술복이 흠뻑 젖도록 열심히 대구 시민들과 함께 노력한 결과 코로나19 1차 대란을 물리쳤다”고 역설했다. 나 전 의원은 “제가 모태 TK”라며 “어머니가 저를 가지셨을 때 아버지가 대구 비행장에서 근무했다”고 강조했다.
당권 주자들이 TK 공략에 나선 이유는 3월 8일 전당대회가 100% 당원투표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투표권을 갖는 책임당원 79만명(지난해 6월 기준) 중 TK를 포함한 영남권 당원이 4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열성 당원들은 영남권에 쏠려 있다”며 “TK가 밀어주는 후보가 당대표에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가 지역구였던 유 전 의원은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 불참한 채 비판을 쏟아냈다. 유 전 의원은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전체가 국민들 보기에는 너무 오른쪽으로, 극우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2016년 20대 총선 때 ‘진박(진짜 친박근혜) 공천’ 논란을 언급하며 “‘윤심(尹心)이 당심, 당심이 민심’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당을 장악하면 (총선에서 패배했던) 2016년의 재판(再版)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과 같은 ‘윤심 경쟁’ 전당대회의 모습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 개혁 방안이나 총선 승리 비전을 중심으로 토론이 되는 전당대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안 의원과 윤 의원이 주장한 ‘당대표 후보 수도권 출마론’에 관해 “의원들이 함부로 지역구를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구승은 박성영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