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초대석] “구조개혁이 경제위기 해법… 굳은살 깎는 아픔 감내해야”

입력 2023-01-03 04:04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연구원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 전 의원은 위기에 직면한 한국 경제 상황의 해법으로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구조개혁을 꼽았다. 최현규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올 라운드 플레이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경제 전문가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제목의 부동산 정책 비판 연설로 유명세를 탔지만 사실 그의 전문 분야는 재정·복지 분야다. 합리적이지 않은 일이라면 여야를 가라지 않고 바른말을 내놓는다는 평이다. 그런 윤 전 의원에게 위기에 직면한 한국 경제의 해법을 물었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연구원에서 만난 윤 전 의원은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구조개혁’을 첫 손에 꼽았다. 그는 “굳은살을 깎아내는 일이니 아플 수밖에 없지만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건 대내외적 상황 상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경제의 체질이다. 한국 경제는 스스로 쇄신하기 않았기 때문에 최근 20년간 활력이 저하되며 면역력이 약해졌다. 이 상황에서 자연재해 같은 상황과 마주했다. 이 자연재해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느냐 마느냐가 관건이다. 유동성 문제로 견실한 기업이 도산하거나 대출에 물려 있는 국민들이 자기가 속한 계층에서 탈락하는 상황이 오면 되돌릴 수가 없다. 문재인정부가 가장 잘못한 점이 구조개혁에 아예 입을 다문 점이다. 지난 정부에서 구조개혁을 하지 않고 재정을 너무 많이 쓰면서 심화된 문제를 지금부터라도 살펴야 한다.”

-정부의 3대 구조개혁 과제를 경제 위기 해법으로 보나.

“과거 우리는 앞으로 계속 월급이 올라간다는 전제 하에 펑펑 주는 연금을 설계했다. 회사가 계속 커진다는 전제에서 보수 체계와 채용·해고가 유연하지 않은 시스템도 만들어왔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이 채용을 겁내는 상황이다. 이러면 채용 자체를 안 하고 아웃소싱을 하거나 비정규직만 쓴다. 좋은 일자리 만들기가 어려워졌다. 기존 ‘성공 공식’대로하면 망한다. 저성장 구조로 전환하는 시기엔 각종 룰을 바꿔야 경제 체질을 유지할 수 있는데 그 부분에서 실패했다. 청년들에게 기회와 희망을 주려면 구조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정부가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한 점은 칭찬할 만하다. 국민들 반응도 나쁘지 않다.

-구조개혁 필요성 인정하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구조개혁은 스스로 굳은살을 깎아내는 일이니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구조개혁이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다 줄 것인지를 합리적이고, 그리고 현실적으로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고통을 감내한다. 더 큰 과제는 앞으로 ‘어떻게’ 해낼 것이냐다. 모든 일이 입법 사항이라 야당 협조 없이는 안 된다. 양당 모두 협치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사법 리스크가 강한 야당 대표가 당선되는 순간부터 야당이 여러 입법 사항에 협조하기 어려운 구조적 상황이 연출됐다. 총선 전까지 구조개혁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총선 이전까지는 국민들에게 구조개혁의 명확한 모습을 보여주고 동의를 얻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세계 경제 침체라는 대외 상황 고려하면 구조개혁 한다고 해서 경제가 반등할지 우려스럽다.

“한국이 대외 의존도가 높은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수출 중에서도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고 반도체라는 특정 상품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우려를 사는 요인이다. 사실 이 문제도 구조개혁과 연결돼 있다. 구조개혁의 중요한 축인 규제개혁을 통해 많은 시도들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고 그 시도가 다음 단계로 이어져야 하는데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 이런 부분들을 빨리 해소해줘서 경제가 고도화되면 의존도도 자연스레 해소된다. 바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스스로 강해질 필요가 있다.”

-서민 입장에서는 고금리 상황도 부담이다.

“대외 상황을 예측했을 때 큰 변화가 없다면 상반기에는 꺾이는 지점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내년 상반기 정도는 ‘견딘다’라는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신 서민들이 버틸 수 있도록, 정부는 멀쩡한 가계가 추락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고금리에 부동산까지 추락하니 더 힘들게 느낄 수 있다.

“부동산은 사실 지난 정부 정책 실패가 컸다. 젊은이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부동산도 정치적 논리가 아닌 데이터·시장 위주로 바꿔나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는 이러지 말아야 한다는 ‘징비록’ 같은 게 필요하다. 규제도 대선 공약 수준의 규제 완화를 선제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금리가 높아서 거래 활성화가 힘들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집을 사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 규모 유지를 위해서는 인구 감소라는 난제도 해결이 필요하다.

“한국 부모들은 아이를 낳는 순간 사교육비와 같은 이상한 경주에 뛰어들며 돈을 어마어마하게 쓰게 된다.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소비가 크게 제약된다. 여성은 육아휴직 후 인사 불이익 등 부분적 경력단절까지도 경험해야 한다. 이 문제들을 해결해줘야 한다. 서구는 여성들이 사회에 목소리를 내면서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고 출산율이 반등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공교육 정상화해야 한다. 과도한 사교육이 저출산 문제의 핵심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동안은 근본적 논의를 회피해왔다. 돈 준다고 해서 출산율이 해결되는 게 아니다.”

신준섭 박세환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