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헐값 매각’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최문순(사진) 전 강원지사가 리조트 매각 이전 “해외 펀드나 중국 자본은 위험할 수 있으니 팔지 않겠다”는 방침을 주변에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알펜시아 매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그가 전환사채(CB) 발행 및 유통으로 몸집을 불린 KH그룹에 입찰을 제안한 배경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 전 지사는 KH 계열사 2곳만 참여한 입찰에서 알펜시아를 헐값에 넘긴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당시 알펜시아 매각 과정에 관여했던 강원도 측 관계자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해외 펀드나 중국 자본은 리스크가 있으니 리조트를 그쪽으로 넘기지 않겠다는 게 최 전 지사와 강원도의 방침이었다”며 “그런데 (최 전 지사) 마지막 임기 때 급하게 매각을 진행하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3선 도지사를 지낸 최 전 지사는 임기 3기(2018년 7월~2022년 6월)에 도지사 직속의 알펜시아 매각담당 강원도 프로젝트 투자유치사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리조트 인수 의사가 있는 업체들과 접촉했다. 검찰은 최근 이 TF 관계자도 입찰방해 혐의로 입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알펜시아 입찰 담합 의혹을 고발한 강원평화경제연구소의 나철성 소장은 “지역사회에선 알펜시아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2018년 평창올림픽 이전에 매각을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었지만 최 전 지사 측은 올림픽이 끝나고 팔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2020년 10월부터 알펜시아 공개 매각을 추진했지만 4차례 유찰된 끝에 지난해 6월 KH그룹의 특수목적법인에 7115억원에 팔렸다. 총사업비 1조6325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가격이었다. 당시 지역사회에선 KH의 불안정한 재무구조를 두고 “구렁이가 코끼리를 삼켰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KH 측은 2019년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을 인수했다는 점을 들며 “리조트 경영에 자신 있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알펜시아 매각 의혹과 관련해 지난 27~28일 최 전 지사 주거지와 강원지사실, 강원도개발공사, 평창군청, KH그룹 등을 압수수색했다. 최 전 지사는 29일 입장문을 내고 “낙찰 기업과 가격은 결과가 공개된 이후에 통보받았다. 낙찰에 사전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은 전혀 없었다”고 항변했다. KH 측 관계자는 “헐값에 사들였다고 볼 수 없다. 만약 우리가 인수하지 않았더라면 리조트 값은 더 떨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