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무역수지 적자가 472억 달러(약 60조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은 3개월 연속 감소, 무역수지는 9개월째 적자 행진을 이어가며 수출 전선 먹구름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올해도 정부는 하반기 반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수출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2022년 연간 및 12월 수출입 동향’을 통해 지난달 한국 수출이 1년 전보다 9.5% 감소한 549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5.8%) 11월(-14.0%)에 이은 석 달 연속 감소세다. 특히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글로벌 수요 약화와 가격 하락 영향으로 29.1% 감소하며 5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역별로 보면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27.0%)가 두드러졌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46억9000만 달러)도 9개월째 이어졌다. 산업부는 2월 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이 전년 동월(131억2000만 달러)보다 36억3000만 달러(27.7%) 증가한 168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472억 달러를 기록하며 기존 최대 기록인 1996년(206억2000만 달러)을 배 이상 뛰어넘었다. 무역수지 적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132억6000만 달러)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는 사정이 더 어렵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4.5%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범부처 역량을 결집해 수출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적어도 상반기까지 수출 침체는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미 전 세계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들어선 상황에다 향후 대외여건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정부는 수출이 올 2분기 저점을 찍고 하반기 반등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일단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출 개선 가능성이다. 정부는 지난해 수출이 부진했던 여러 이유 중 중국 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반기 반도체 업황 개선도 기대 중이다. 산업부는 “내년 초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등에 힘입어 하반기 이후 반등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전 세계가 향후 긴축 속도 조절에 들어갈 시 실물경기 위축 요인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읽힌다.
기저효과 덕을 볼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3~5월 수출이 고점이고 이후부터 꺾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하반기로 갈수록 증감률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외적인 악재 요인이 곳곳에 숨어 있는 탓에 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일단 세계 경제 침체 상황이 언제 나아질지 장담할 수 없다. 미국·유럽연합(EU) 등의 자국산업 보호 정책들도 우리 수출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신년 첫날 인천공항을 찾아 새해 첫 반도체 수출 현장을 점검했다. 올해 한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수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추 부총리는 “수출이 회복돼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범부처 역량을 결집해 총력 지원하겠다”며 “수출전략회의를 통해 5대 분야 중심 수출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