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월 4000원 인상… 새해 高물가 지속된다

입력 2022-12-31 04:01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이 배석한 가운데 내년 1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소비자물가가 5%를 넘어서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내년에도 물가는 쉽게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새해부터 전기요금이 42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오르는 등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예정된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코로나19 불확실성 등 물가를 자극할 악재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탓이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7.71로 지난해보다 5.1%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최고치다.

올해 초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영향이 컸다. 석유류는 22.2% 오르며 1998년(33.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전기·가스·수도요금도 12.6% 상승해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외식 물가가 7.7% 올라 1992년(10.3%)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는 1년 전보다 4.1% 상승했다.

하반기 들어 물가가 소폭 둔화세를 보였지만 내년 공공요금 인상이 이 흐름에 제동을 걸 전망이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내년 1분기에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2차 오일쇼크 시기였던 1981년 이후 42년 만에 최대 폭 인상이다.

평균적인 4인 가구(사용량 307kWh)의 월 전기요금 부담액은 4022원(부가세·전력기반기금 미포함) 늘어난다. 4인 가구에 청구되는 전기요금은 5만2000원대에서 5만7000원대로 뛸 전망이다. 가스요금은 1분기에 동결됐지만 2분기 이후엔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내년 초에도 소비자물가가 5% 안팎의 상승률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이번 전기요금 조정에 따른 물가 상승 요인은 0.15% 포인트로 예측된다. 한은은 “유가 추이, 중국 코로나 상황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며 “공공요금 인상 등이 물가 상승 요인으로, 경기 둔화 폭 확대 가능성 등은 하락 요인으로 각각 잠재해 있다”고 분석했다.

고물가가 지속될 경우 중앙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경제 주체들이 버텨야 하는 고금리 기간이 길어진다는 얘기다. 내년에 1%대 저성장까지 예고된 만큼 체감 경기는 한층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